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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의 Talk Talk] 지우고 싶은 흑역사
  • 박소현 편집국장
  • 승인 2023.03.27 08:00
  • 호수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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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 특히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는 무려 17년 전에 나온 노래지만 몇 년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최근 가사 해석을 찾아본 뒤로는 인생 명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욱 좋아하게 됐다. “지나간 일에 후회하지 말자” 이 곡의 주제다. 다 지난 일에 괜히 미련 갖지 말라는 내용으로, 이 노래 가사는 기자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때때로 흑역사가 떠오른다. 잊고 싶을 만큼 괴로운 과거가 머릿속을 휘젓는다. 기자에게 흑역사는 단순히 부끄러움, 민망함과 같은 감정의 동요로 끝나지 않는다. ‘만약 그 순간에 다르게 했다면 어땠을까?’,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등의 의문 제기와 함께 자기반성을 곁들여 깊숙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붙들고 있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고 피곤한 일이다. 이때 기자는 그 순간을 회피하고자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이런 감정과 사고의 소용돌이에 휘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일시적으로 아픈 순간을 덮고 그 상황에서 서둘러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기억 자체가 견디기 힘든 고통이라면 조용히 덮어두기 어렵다. 사실 흑역사는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그에 대한 반응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이불킥이나 단순 스트레스 수준에 그치지만, 그렇지 않다면 흑역사를 만들게 했던 특정 대상 혹은 상황에 대한 증오감과 그 증오가 자신에게 향할 경우에는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는 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그렇기에 그 감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방어기제는 마음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의식이다. 이 방식으로는 부정, 억압, 합리화, 투사, 승화 등이 일반적이다. 방어기제를 발동시켰던 과거 기억을 떠올려보면 기자는 승화와 유머를 제외한 모든 방법을 시도해봤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흑역사를 대하는 기자의 방어기제는 미성숙한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는 유머를 성숙한 방어기제라고 봤다. 적용해보면 마주하기 힘든 흑역사를 유쾌하게 포장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재밌는 일화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억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표출하면서 마음의 상처에는 새살이 돋는다.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흑역사에 점점 상처가 곪아가고 있다면 유머의 방어기제로 정면 돌파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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