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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창원대문학상 수필 부문 장려 - 천국에도 육개장이 있나요?
  • 창원대신문
  • 승인 2023.03.02 08:02
  • 호수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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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육개장이 있나요?

이순종 (경영학과 2학년)

추위가 매섭게 뺨을 때리던 재작년 겨울 나의 할머니는 하늘에 별이 되셨다. 그날은 언제나처럼 아침에 주린 배를 달래며 방에서 나왔는데 누나가 거실에서 울고 있었고 누나랑 눈이 마주치자 올 것이 왔다고 느꼈다. 나는 아침도 먹지 않고 누나와 장례식장으로 급하게 이동했는데 장례식장에는 벌써 부모님과 형, 친척들이 도착해 있었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는데 이상하게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여기서 울어버리면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인정한 것만 같았기 때문에.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도저히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알바를 갔다 온 뒤 밤이 되어 그날의 첫 숟가락을 들었다. 입맛이 없었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내 몸은 배꼽시계를 울려대며 아우성쳤기 때문이다. 혼자 웃음이 나왔다. ‘그래 산 사람은 살아야지.’

장례식장의 밥은 지독하게 맛이 없었는데 음식의 문제인지 상황의 문제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식장의 국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의 육개장이 그리워졌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은 삼남매를 키우시느라 맞벌이를 하셨다. 때문에 하교하면 응당 같은 동네의 할머니 집으로 가곤 했다. 할머니는 투박한 손과는 다르게 고상한 취미를 가졌는데 하루종일 화분을 우는 아이 달래듯 쓰다듬으며 꾸준한 관리를 하셨다. 나는 그 손이 참 좋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밥을 차려주는 그 손이 좋았다. 할머니는 육개장을 자주 끓여 주셨는데 고모들이 할머니의 기력 보충을 위해 소고기를 사놓으면 그걸로 국을 끓여 아빠와 삼촌과 형 그리고 내가 대부분 먹어 치웠다. 할머니는 건더기가 입에 녹을 만큼 국을 푹 고아 끓이셨는데 당시에는 아무런 고마움도, 그 수고로움도 몰랐다. 몸집이 홍수처럼 불어나 담장과 내 시선이 같아졌을 때 커진 키만큼 세상이 조금 더 보이기 시작했다. 몇 시간씩 불 앞을 지키던 할머니의 그 뒷모습이.

내가 어른이 되고 상태가 나빠진 할머니는 요양 병원에 들어가셨고 그와 동시에 할머니의 육개장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나는 군대 가기 전까지 매일 같이 찾아뵙고는 했는데 항상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용돈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난 그깟 종이 쪼가리보다 밥 잘 드시는게 훨씬 좋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걱정과 불안을 등에 지고 나는 입대를 하게 되었고 뜨끈한 육개장이 생각나는 차가운 밤이 찾아오면 제발 전역까지라도 할머니를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여러 번의 수술도 버티시고 내 전역을 잘 보고 가셨다.

장례식이 끝난 후 할머니를 납골당에 안치하고 밖에서 바람을 쐬던 내게 삼촌이 흰 봉투를 건네며 다가왔다. 나는 이게 뭐냐고 물었고 삼촌은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마지막 용돈이다.” 할머니가 군대 가기 전 용돈을 주지 못한 것을 가슴에 담아 두셨는지 숨을 거두기 전에 삼촌한테 자신의 부조금으로 나한테 용돈을 주라고 하셨던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터진 강둑처럼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할머니가 야속했다. 세상을 등질 때도 자신 보다 나를 생각했다는 것이.

다시 날씨가 점점 차가워지고 할머니의 육개장이 문뜩 문뜩 떠오른다. 나는 하나님 아버지를 믿기에 할머니를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지만 천국에도 육개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기도할 때 물어보고 싶다. “하나님 천국에도 육개장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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