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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창원대문학상 시 부문 장려 - 핑계
  • 창원대신문
  • 승인 2023.03.02 08:00
  • 호수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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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이새봄 (문화테크노학과 4학년)

 

목구멍에 차오르는 언어 대신

마른 기침 두어 번

 

목이 조금 칼칼하니

포근한 비누향이 나는 천으로 감싸고

 

손을 숨기고

귀를 닫는다

감춰진 속살의 감각이 무뎌지도록

 

빨갛게 아려오는 코끝은

서슬 퍼런 바람이 베고 간 흔적이리라

 

호수를 마시는 고양이는

맨몸으로 살얼음을 밟고

 

저녁거리를 찾는 오리떼는

언 틈으로 연신 얼굴을 집어넣는데

 

어쩌면 지구에서 가장 나약할지도 모르는 생명체가

호수 가장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매끄러운 뱃살을 들킨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핑계대기 좋은 계절이다

겨울은

연약하고 무른 것들이 가시옷을 입는 시간

 

물결이 깨어나고 바람이 부드러워지면

가린 목에는 곧 땀띠가 날텐데

 

그땐

어떤 핑계를 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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