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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나는 핸들이 멀쩡한 승용자동차
  • 이다원 기자
  • 승인 2022.09.19 08:00
  • 호수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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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상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린 시절 동경과 금기의 대상이지만 막상 할 수 있게 되면 별거 없는 것들. 드라마에서 본 것만큼 멋있지 않고, 막상 하지 말라고 하지 않으니 시시하기도 한 행위 또는 상품. 주민등록증, 술, 담배,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운전, 성인인증 등 대학생이자 성인인 우리에겐 익숙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하다. 오늘은 그중 운전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올해 여름방학,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다. 보통 수능 끝나고 많이 따지만 대학교 3학년이 돼서야 마음을 먹었다.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또래 친구를 봐도 면허가 있어도 운전을 할 일이 없어 보였고, 원래도 덤벙대는데 운전은 감당할 수 없는 사고를 칠 수 있어 두려웠다. 학원비도 부담이었다. 넷플릭스를 프리미엄 요금제로 50개월 볼 수 있는 돈이었다. 따지 않아야 할 수많은 이유를 뒤로하고 따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만에 하나를 위해서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운전을 할 수 있어야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빠르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누군가가 쫓아올 때 길가에 서 있는 운전자를 밀치고 자동차에 타서 추격전을 벌이게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조금은 비도덕적인 상상과 함께 운전면허학원에 카드를 긁었다.
첫 도로 주행 연습 날, 강사 선생님은 숨을 쉬라고 했다. 긴장한 나머지 깜빡했다. 눈은 두 개인데 신호등, 앞 차, 이륜차, 사이드미러 전부 다 봐야 한다. 무서워서 속도를 낼 수도,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어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오른발이 안타까웠지만 챙길 정신이 없었다. 남은 정신으로는 코스와 감점 요소를 외웠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멈출 수도 없었다. 멈추는 것도 사고다. 무작정 양보해서도 안 되고 질주해서도 안 된다. 한 가닥 남은 정신을 붙잡고 운전했다. 연수가 끝나고, 명절에 할머니 댁으로 2시간씩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서 끝말잇기를 하던 아버지의 능력에 존경과 감사를 담은 문자를 보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면허는 땄다. 운전을 배우면서 면허증 말고도 얻은 것이 있다. 완벽한 준비는 없다. 차선을 바꿀 때 도로가 텅 비는 100% 안전한 순간은 오지 않는다. 모든 시야와 변수를 통제할 순 없다. 옆 차 운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갑자기 이륜차가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절한 확률에 몸을 맡겨야 한다. 운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겁나더라도 눈 딱감고 시동을 켜자. 모든 불안함과 위험들은 어쩔 수 없다. 그냥 집중할 수 있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수밖에.
아직 능력이 안되는 것 같아서, 일어날 일이 무서워서 미뤄온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출발할 용기일지도 모른다. 어느정도 자격을 갖췄다면 자신을 믿고 시동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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