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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이야기 찾기] <모나리자>의 뒤에
  • 이다원 기자
  • 승인 2022.10.04 08:00
  • 호수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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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루브르 박물관. 7천여 점의 회화작품을 포함해 3만 5천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 아주 큰 박물관이다. 한 작품당 10초씩만 감상해도 4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단연 <모나리자>다. 77cm x 53cm로 작은 그림이지만 앞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한다. 그림은 황산과 돌멩이 공격을 받은 이후로 방탄유리로 보호 중이다. 올해 5월에 할머니로 위장한 남성이 케이크를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림 <모나리자>. 이런 <모나리자>의 뒤에는 뭐가 있을까. 사람들의 뒤통수를 가장 많이 보는 그림, 루브르에서 가장 유명하지 않은 그림 중 하나. 바로 파올로 베로네세의 <카나의 혼인잔치>다.
990cm x 666cm의 거대한 그림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베네치아 산 조르조 마조레 수도원 벽에 그려진 벽화다. 당시에 수도원 식당 벽면에 성서 속 식사 장면을 그려 넣는 ‘체나콜로’ 양식이 유행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1562년 베네딕트 수도회가 베로네세에게 벽화를 의뢰했고, 2년에 걸쳐 완성된 그림이 바로 <카나의 혼인잔치>다.
보통 <최후의 만찬>이 유명한 식사 장면이지만 <카나의 혼인잔치>는 다른 성경의 구절을 모티브로 그려졌다. 예수 그리스도가 첫 번째 기적을 일으킨 순간이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는 갈릴래아 카나 지방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예수가 마리아에게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에 물을 채우라고 말한다. 물이 든 물독을 과방장에게 가져다주니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서는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이를 예수가 기적을 일으켜 해결했고, 기적을 본 제자들이 예수를 믿게 됐다고 한다.
그림에는 13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예수와 마리아를 포함해 프랑수와 1세, 카알 5세, 터키의 술탄, 메리 여왕 등 실존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예수와 마리아 밑에는 악사들이 있다. 왼쪽에 위치한 흰옷의 비올라 연주자는 베로네세 자신이다. 자코포 바사노, 틴토레토, 티치아노 베첼리오 등 당시 베네치아의 거장 화가들도 악사로 등장한다. 라이벌이면서도 친한 관계였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의미한다.
언젠가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하게 된다면 여러 작품을 보게 될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까지 가서 <모나리자>를 보지 않고 오는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모나리자>를 봤다면 바로 자리를 뜨지말고 뒤를 한번 돌아보는 게 어떨까. 한 걸음 뒤에는 항상 <카나의 혼인잔치>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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