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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언어 대신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세상. 모바일 택시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세상. 인터넷 예매로 시외버스표를 모두 구매하는 세상. 그곳에 노인들이 서 있을 자리는 점차 없어진다.

 인건비 절약과 효율적인 일 처리를 위해 설치된 키오스크는 항상 젊은 사람들로 붐빈다. 온통 영어로 설명된 메뉴판, 메뉴를 선택해도 필요치 않은 음식까지 추천하는 창이 계속 떠 주문하는 데 한 세월이 걸리는 키오스크는 우리보다 몇십 년 세상을 더 살아온 노년층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그들은 커피 한 잔 시키는 것조차 수월하게 할 수 없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나아가기를 더욱 두려워한다. 머뭇거리는 자신을 보며 시간이 없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로 인해 결국 키오스크가 없는 매장을 찾으러 다니는 그들이다.

 모바일 택시 앱이 점유한 택시 시장. 택시 앱을 이용하기 어려워하거나 그 존재조차 모르는 노년층에겐 택시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택시 정류장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눈앞의 택시들은 ‘예약’이라는 빨간색 글자를 띄우고 도로를 쌩쌩 지나친다. 택시 정류장에 먼저 서 있더라도 옆에서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잡은 승객에게 택시가 돌아가는 세상,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택시를 잡을 수 있다. 특히, 버스가 끊기고 택시가 몇 대 없는 밤에 택시를 잡는 것은 젊은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데, 모바일 앱이나 콜택시 기능을 모르는 노인들에겐 더욱 어려운 일이다.

 요즘 시외버스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으로 빠르게 예매할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표를 구매할 필요가 없고, 빠른 승차를 할 수 있으니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겐 아주 편리한 기능이다. 하지만 편리함 뒤엔 숨겨진 불편함이 있다. 평일 오후 등 비교적 좌석이 많이 남는 시간대에는 상관 없지만, 출근이나 퇴근 시간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이미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한 사람들로 인해 표를 예매하러 일찍 버스터미널로 가도 표가 매진인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 예매가 어려운 이들은 표를 구하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나오거나 매진된 시간대 이후 늦게 배차되는 버스를 타야 한다. 어르신들에게 이 불편함은 더 크게 다가온다.

 빠르고 복잡한 세상, 우리는 더 편리하고 쉬운 세상을 요구한다. 그리고 세상의 속도에 맞춰가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급격히 빨라지는 세상엔 분명히 따라가기 버거운 사람들도 존재한다. 뭐든 빨리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젊은 세대와 달리 하루 단위로 변하는 세상을 버거워하는 노년층에게 우리는 답답함을 표하고, 그들이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이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도움을 주는 시스템도 잘 구축돼있지 않다.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괜히 화만 내는 사람들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도와주려고 하지 않으면서 사회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편리하게 변해 가는 세상을 버리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조금의 배려와 손길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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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장희 교수 2022-09-21 20:03:19

    장애인의 키오스크 이용 문제 관련 장애인차별금지법 소송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지원 하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많은 시민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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