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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남긴 것들
  • 이다원 기자
  • 승인 2022.09.05 08:00
  • 호수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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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했다. ENA라는 신생 방송사 프로그램임에도 17.5%의 시청률로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지상파 드라마도 시청률 10%대를 넘기기 힘든 요즘 어마어마한 대기록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입사하면서 차별을 겪고, 사람을 만나고,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과 고민들, 함께 알아보자.

<자폐 스펙트럼이란?>
자폐 스펙트럼 장애란 신경 발달 장애의 한 범주다. 아동기에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 언어성 및 비언어성 의사소통의 장애, 상동적인 행동, 관심을 특징으로 하며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스펙트럼’은 증상과 발달 정도가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정확히 알려진 원인이 없다. 유전적인 원인, 신경생물학적 원인, 사회성 뇌의 결함, 환경 요인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다양한 원인의 상호작용이 뇌 발달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DSM-5 진단기준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사회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결함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나 흥미, 활동 ▲초기 발달 시기부터 증상의 발현 ▲증상으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현재의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뚜렷한 손상 초래와 같은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 받는다. 세부적으로 전반적 발달 척도에 따라 1급에서 3급으로 구분 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공개한 의료정보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증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 의사소통 장애, 행동이나 관심이 한정되고 반복적이며 상동적인 양상이 있다고 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에는 ▲눈 맞추기, 얼굴 표정, 제스처 사용 부적절 및 빈도가 적음 ▲발달 수준에 적합한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과 즐거움이나 관심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지 않음 ▲정서적 상호작용 부족 등 세부 증상이 있다. 구어 발달 지연, 대화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의사소통 장애, 비정상적으로 한정된 관심사에 몰두, 반복적인 운동 양상, 물건의 어떤 부분에 대한 지속적 집착 등의 행동을 보인다.


<‘우영우’는 판타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어린 시절부터 법전을 읽고 다 외우는 천재성을 보인다. 한번 본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 잊지 않는다. 드라마 설정상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에 변호사 시험을 만점 가까이 받았다. 이것은 드라마 속의 설정이기에 가능한 일일까? 자폐성 장애인이 변호사로 일할 수 있을까?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살고 있는 ‘헤일리 모스’가 그 주인공이다.
헤일리 모스는 작가이자 예술가이며 변호사다. 1997년 3살이 되던 해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고, 2019년에 미국 플로리다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학교에서 우등생이었지만 친구를 사귀고, 소통하고,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헤일리 모스는 드라마 속 주인공 ‘우영우’처럼 소리에 민감해 헤드셋을 착용하거나 한 가지 음식만 먹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변호사로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보다 자폐성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이 더 주목한다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 속에서 다른 동료 변호사들이 우영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현실이기도 하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편견과 현실>
모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있는 사람들이 우영우와 같지는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록장애인 수는 지난해 기준 3만 3650명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100명 중 1~2명 정도다. 현실 대다수의 자폐성 장애인들은 어떨까.
장애유형별 장애인의 대학이나 전문대 진학 비율은 10.4%다. 청각장애인 61.5%, 시각장애인 49.4%, 지체장애인 35.9%와 비교했을 때 낮은 수치다. 고교 졸업 후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않은 특수교육 대상자 비율은 33.9%다. 자폐성 장애인은 37.2%로 평균보다 높으며, 시각장애인 17.9%, 청각장애인 18.8%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최초의 자폐성 장애인 교수 윤은호씨가 동아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2005년 당시 서울대 장애인 전형에 지원했지만 ‘자폐성 장애인을 교육해 본 적이 없어 받을 수 없다’라는 말과 함께 원서 자체를 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비장애인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간에 시험을 보고 인하대에 입학했다. 시각, 청각, 뇌병변 등 운동장애인에게만 별도의 고사장이 제공되는 등의 배려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외국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의사, 교사, 프로그래머, 연구자 등이 수두룩 한데 왜 대한민국에서 보기 어렵냐는 질문을 던졌다. 자폐성 장애를 포함해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 일반학교에 진학하면 괴롭힘 등 학교 폭력을 벗어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돈이나 물건을 뺏기는 건 일상이라 답했다. 대부분의 자폐성 장애인이 특수학교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수학교의 교육은 대학 입시 교육과 거리가 있다.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더라도 대학진학과는 멀어진다.
치료도 쉽지 않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증상과 심각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치료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가지 치료 방법인 응용행동분석치료의 경우는 시간당 6~10만원 정도다. 주 12시간에 월 220만원을 웃돈다. 고액의 치료비용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데 치료 시간도 길다. 이마저도 서울, 경기에 편중돼있는 경우가 많다. 지방 출장을 요청하면 월 1200만 원 까지도 든다. 복지관은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대기자가 많아 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및 행동발달증진센터를 지정하고 운영중 이지만 전국에 10곳 뿐이다.


<“나만 불편한가요?”>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패러디 영상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패러디 영상을 보고 자폐성 장애인을 희화화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 유튜버는 변호사 우영우에 과몰입한 친구를 ‘우영우병’에 걸렸다고 말하며 눈을 과하게 동그랗게 뜬다, 안 쓰던 헤드셋을 쓰고 다닌다, 김밥을 세로로 먹는다는 등 드라마 속 우영우의 특징을 따라 하는 영상을 업로드 했다. 이후 많은 비난을 받았고, 모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신 분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유머로 소비한 것이 아니며 특정 인물을 따라 하는 행동을 ‘00병’ 이라 부르는게 유행이라 적었는데 생각이 짧았다며 사과글과 함께 영상을 삭제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우영우의 말투를 흉내내 드라마 대사를 따라 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영상 또한 자폐성 장애인을 희화화 한다는 논란이 붉어졌고, 해당 유튜버는 ‘우영우’ 캐릭터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아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하고자 했다. 불편하다는 의견을 존중하지만 채널 주인인 자신의 가치관과 시야로 이끌어가는 채널이기 때문에 본인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구독을 취소해달라는 글을 올렸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 됐다.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 배우는 인터뷰를 통해 “따라하시는 분들도 비하하려고 그런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영우를 연기할 때 신중하게 고민하고 가볍지 않게 한 부분이라 우영우는 드라마 세계관 안에서만 존재했으면 하는 게 조심스러운 사견이라고 밝혔다. ‘우영우’에 대한 사랑은 감사하지만, 외형과 말투를 따라 하는 패러디는 의도와 달리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지양해주길 부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은빈 배우는 실존인물을 모방하지 않기 위해 영상자료를 전혀 참고하지 않고 대본에 기반해 연기했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대로 인터뷰하는 코너에서 우영우 변호사의 최측근으로 등장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간담회에서 유인식 PD는 “만드는 사람으로서 시청자가 드라마를 어떻게 즐기는지에 관해 왈가왈부할 만한 입장은 아니다. 내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이전 드라마에 잘 등장하지 않던 인물을 소재로 만들었고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라서 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지혜로운 시청자들이 토론과 공론화를 통해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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