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칼럼
[기자일언] 묵묵히 나아가기
  • 오주연 수습기자
  • 승인 2022.05.30 08:00
  • 호수 687
  • 댓글 0

따뜻하면서 쌀쌀했던 계절이 지나가고 점차 옷차림이 가벼워지며 한 손에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졌다. 푸른 초여름이 다가오면서 벌레들이 울고 있는 지금, 종강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는 종강에 대한 설렘보다 걱정이 밀려왔다. 벌써 한 학기가 끝나가는데, 내가 해낸 건 뭘까? 라는 회의감에 초여름이 반가우면서도 우울해졌다.

분명 한 학기 동안 몸과 마음은 조급하고 바빴다. 일주일 내내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수업을 듣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수업을 들은 것만으로 피로해졌다. 하지만 이런 투정을 부릴 수 있을 만큼 수업을 열심히 들었나? 라고 물으면 엄살을 피우는 것 같아 기자는 입을 다물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벌써 취직 준비를 위해 스펙을 쌓는 친구들이 보인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남들보다 월등히 앞서나가진 않아도 뒤처지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나만큼 하는 것은 자랑이 아닌데, 열심히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산 자신이 초라해졌다. 불탔던 열정은 차츰 식어갔다. 개강하면 방학 때 하던 자격증 공부를 이어 나가면서 토익이나 대외활동, 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피로해진 몸은 당장의 밀린 과제와 알바 등을 변명으로 하루하루 미뤄졌다. 내일부터 시작해야지, 중간고사 끝나면 해야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결국 종강이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기자는 정리되지 않는 마음에 무엇이 문제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자는 남들만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오히려 현실을 회피하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천천히, 조금씩 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따라가지 못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과 부담감은 생각만으로 심신을 지치게 했다, 매일 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서 불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날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어쩌면 기자뿐만 아니라 기자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두 겪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우리의 방식대로 남들과 비교하지 않은 채 속도와 양에 상관없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것임을 깨달았을 때,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부담감을 덜어내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자.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주연 수습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