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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창원대문학상 수필부문 장려 - 당신은 어떤 소비자입니까?
  • 창원대신문
  • 승인 2022.05.02 09:02
  • 호수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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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소비자입니까?

김남희(국제관계학과 4학년)

 

장 보드리야르는 프랑스의 사회철학자로, 1970년 저서 『소비의 사회』를 통해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로 지칭하였다. 그리고 현대인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징적 체계, 즉 기호를 소비한다고 주장하였다. 기호에는 행복, 안락함, 풍부함, 성공, 위세, 권위, 현대성 등의 의미가 내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사회의 계급 질서가 형성되고 개인 간 차별화가 이루어진다. 이후 개인은 사회가 제시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통해 욕구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소비의 자율적인 주체가 아니며, 욕구 발생 체계와 소비의 계급적 제도에 순종하게 된다.

 

소비사회에서 ‘육체의 소비화’와 ‘아름다움의 대상화’는 끊임없이 이루어지지만, 개인은 이러한 형태의 소비를 유도하는 체계의 존재를 간파하지 못하며, 알더라도 저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현대사회에서 대중문화와 매체의 보급으로 보편적인 미의 기준이 형성되면서, 젊음, 우아함, ‘남자다움’, ‘여자다움’, 건강미 등이 누구나 바라고 추구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게 기호화된 가치들을 위해 사람들은 투자라는 명목으로 다양한 물질적, 비물질적 요소들을 소비한다. 이때 사회적으로 형성된 이상형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은 루저로 치부되며, 육체는 관리의 대상이자 자산이 된다. 아름다움의 대상화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해석된다. 대상화란, 어떠한 대상을 판단하고 규정하는 과정에서 그에 깃든 함의나 가치를 무시하고 물건의 형태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상화된 아름다움은 인간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따라서 인간은 미적 측면에 있어서 항상 불완전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즉, 규정된 아름다움에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형태는 현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인간사에서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전족 문화를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 전족은 여성의 발을 천으로 동여매어 성장을 멈추게 하는 풍습이다. 이는 발 모양을 이상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종종거리며 걸어야 하고 등뼈가 기형적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등 여성이 신체적·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하도록 하였다. 이런 모습이 당시에는 인기 있는 여성상이었다. 걸을 수 없는 여성은 방 안에 갇혀 남성의 성 욕구를 채우는 데 이용되었고, 종종거리며 걸음으로써 성관계 시 남성의 쾌락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신체 구조가 변화하였다는 것이다.

 

앞서, 장 보드리야르가 저서 『소비의 사회』를 통해 개인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징적 체계(가치)를 소비한다고 주장하였음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징적 체계(가치)를 통해 사회의 계급 질서가 형성되고 개인 간 차별화가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의 전족 문화를 대입하여 생각해보면, ‘전족을 해야 하는 여성’은 사물, ‘전족을 한 여성의 성적 가치를 높게 매기는 남성’은 개인, 그리고 여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징적 체계(가치)는 ‘남성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사회적으로 한 번 형성된 문화(악습)는 더 작은 발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올바른 여성상이라는 가치를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남성은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더 작은 발을 가진 여자를 아내로 맞을 수 있었다. 사회의 계급 질서의 형성과 개인 간 차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 모두 각자의 ‘올바른’ 여성상과 남성상에 부합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질서에 순종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전족 문화는 남성이 사회적으로 형성된 남성성이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 여성의 성을 소비한 행태라고 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은 자율적인 주체가 아니라 규정 또는 강요되는 욕구에 의해 그 행동이 결정되는 객체로 전락한다.

 

이것은 전족 문화의 희생양이 되었던 과거 중국의 여성들, 그리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나와 당신들의 이야기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소비라는 형태로 실체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였는가? 소비에 의해서 중국의 여성들은 고문의 대상이 되었고, 현대인들은 본질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규정되었다. 문제는 이를 유발하는 소비사회의 존재 자체보다는 소비사회로부터 발생하는 인간의 사물화다.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그것을 달성하는 인간의 본성을 고려했을 때 소비사회의 등장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소비사회의 함의를 간파고 어떻게 소비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될 것인가를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당연하게 여겨지는 미의 추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 절대적인 미의 기준을 상대적인 것으로 재해석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사회가 규정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소비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당신은 어떤 소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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