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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대학교 문학상 시 부문 장려 - 나비
  • 창원대신문
  • 승인 2022.05.02 08:59
  • 호수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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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이순종(독어독문학과 1학년)

 

해가 급하게

어둠에 자리를 내주는 겨울

 

누군가의 손녀였고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아내였고

누군가의 어머니였고

누군가의 할머니였던

한 여인이

삶의 굴레를 벗고

누에고치처럼 수의를 감은 채

관속에서 깊은 잠을 청한다

 

여인의 마지막 배웅에는

눈물을 참기로 했다

옷에 도장처럼 찍힌 눈물 자국이

그녀의 끝을 인정한 것 같았기에

미련으로 눈가에 둑을 쌓았지만

미련함에 둑이 무너졌다

 

한 마리의 나비처럼

꽃을 좋아한 여인은

얄궂게 자리를 옮겨 다니는

창가의 햇빛을 따라

어린아이 달래듯

화분을 이리저리 옮기곤 했다

 

영정 앞 하얀 국화가

그녀를 배웅할 때

그녀가 급히 떠난 것은

봄을 준비하러 간 것이라

믿기로 했다

그러기로 했다

한 해가 지나도

그녀의 마지막 거처인

동네 요양병원을 지날 때면

지나간 기억이 발걸음을 붙잡고

불 켜진 4층 병실의 그림자는

희미해져 가는 추억을 놓지 말라며

말을 건네지만 결국 놓쳐버린 채

가슴의 손톱자국 같은 상처만이

무거워진 발걸음을 대변한다

 

이제는

남은 추억은 가슴에 묻고

미련은 보내기로 했다

족했던 이 땅에서의 수고로움에

그만 멍에를 씌우기로 했다

 

다만 바라는 것은

희생만 했던

누군가의 무언가가 아닌

날개를 활짝 편

자신이 되길 바라며

 

저 너머의 세상에선

자신을 옮아 맸던

고치를 뚫고 나와

화창한 봄날의

찬란한 꽃밭을

노니기를

 

모두가 잠든 새벽녘

어둠이 물러간 방안에서

내 가슴을 찢고 나온

나비 한 마리가

훨훨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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