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칼럼
[이다원의 talk talk] 말의 무게
  • 이다원 편집국장
  • 승인 2022.05.02 08:00
  • 호수 685
  • 댓글 0

말에는 힘이 있다. 어떤 말은 쓰러져있던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어떤 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처럼 미묘한 차이, 어투, 뉘앙스같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다 다른 말이 된다. 이외에도 무게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나이, 직급, 명성, 사회적 위치 그리고 가끔은 애정의 크기로도 무게는 달라진다.

일개 대학생인 기자와 청와대 대변인의 무게는 다르다. 신입사원과 CEO 동등한 힘을 가지는 게 평등한 사회 모습이겠지만 유교사상과 능력주의가 뿌리박힌 대한민국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 사람이 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에서 갔다. 신입사원이 하는 ‘짜장면 먹겠습니다’와 회사 CEO가 하는 ‘저는 짜장면 먹겠습니다’라는 말은 다른 말이다. 물론 아무 의도가 없었을 수 있고, 정말 순수하게 짜장면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일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메뉴를 선택할 기회와 권리를 잃었다. 누군가 직접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다. 다만 누군가는 말을 할 수 없다. 만약의 상황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이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 당신이 뭔가를 말할 때 돌려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무언가를 잃을 각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움츠러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말을 편하게 해도 된다는 것. 모든 것이 권력이다. 권력을 자각하지 못한 사람은 답답해하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뭐라 하지 않을 테니 하고 싶은 말을 해’라던가, ‘그때 그랬으면 진작 말을 하지’라며 문제 상황에서 또박또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한 사람들을 탓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의 문제다. 몇 번의 검열을 거치고, 단어를 선택하고, 웃으며 말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하라는 것조차 폭력적일 수 있다.

당신이 가진 위치와 말의 무게를 인정해야 한다. 강자의 말과 약자의 말을 같지 않다. 자신의 권력을 부정하지 말자. 가끔은 침묵이 정답이다. 짜장면을 먹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이 메뉴를 고를 때까지 침묵하는 것, 힘들게 목소리를 낸 사람에게 더 크게 소리 내지 않는 것. 올바른 곳에 목소리를 내는 일. 이것이 가진 권력에 대한 책임이자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하는 배려다. 당신의 힘을 부디, 적절한 곳에 쓰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다원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