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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이야기 찾기] 뽀빠이, 시금치를 먹으면 정말 힘이 세져?
  • 임현진 기자
  • 승인 2022.04.11 08:00
  • 호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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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뽀빠이’ 하면 ‘시금치’, ‘시금치’ 하면 ‘뽀빠이’를 연상하곤 한다. <뽀빠이>라는 만화를 본 기억이 없는 사람도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 것이다. 뽀빠이는 위기에 처했을 때 시금치 통조림을 먹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으로 유명한 만화 캐릭터인데, 정말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지는 것이 사실일까?

미국에서 온 만화 <뽀빠이>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본래 신문 연재만화로 출발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시금치와 관련 없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또한, 처음부터 뽀빠이를 주인공으로 연재한 것이 아닌 주인공이 따로 있는 만화 속 조연으로 뽀빠이가 세상에 나왔다. <골무극장>이라는 제목으로 1919년부터 연재된 신문 만화에 1929년 뽀빠이가 처음 등장했으며 주인공 일행의 보물찾기를 위해 배에 탑승한 뱃사공으로 나왔다고 한다. ‘뽀빠이는 뱃사람’이라는 노래와 함께 뽀빠이의 인기가 점점 솟았고, 신문 연재만화를 넘어 뽀빠이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것이다.

뱃사공이었던 뽀빠이는 어쩌다가 시금치를 만나게 된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만화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고 힘이 세진 주인공 뽀빠이가 초인적인 힘으로 악당들을 물리쳐 자신의 여자친구 올리브를 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말이다. 이는 당시 시대 상황을 비춰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만화 <뽀빠이>가 연재된 1929년 당시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무역 흑자로 엄청난 경제 호황을 누리게 돼 증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1929년 10월, 주식값이 최악의 수준으로 폭락하며 경제가 엉망진창이 됐고 기업과 공장은 문을 닫았으며 은행들도 파산하며 경제 대공황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대공황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워져 영양 섭취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는데 이때 미 정부가 생각한 것이 바로 시금치다. 식품 섭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류 대체가 가능한 동시에 보급이 쉬운 식료품을 생산해야했고, 이를 충족시킬 식품이 바로 시금치였다. 이후 시금치를 장려하기 위해 영향력 도달 범위가 넓은 TV를 이용한 것이다. 당시 인기있던 만화 캐릭터 뽀빠이의 힘의 원천을 시금치로 설정하면서 뽀빠이 손에는 시금치 통조림이 쥐어졌다. 뽀빠이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초인적인 힘으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는 캐릭터로서 위기 상황 발생 시 꼭 시금치 통조림을 먹으며 어려움을 해결했고 이후 당시 미국의 시금치 소비가 무려 30%나 급증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실제로 시금치는 근육 세포를 형성하는 철분을 함유했기에 뽀빠이의 초인적인 힘이 시금치에서 나온다는 설정에도 잘 맞다.

하지만 왜 하필 시금치일까?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이 다른 채소보다 월등한 것일까? 시금치가 철분이 다량 함유된 채소라고 불린 것과 다르게 사실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은 다른 채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오히려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수산 성분 때문에 인체 흡수율은 다른 채소에 비해 낮다. 그렇다면 어쩌다 시금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일까?

1987년 독일 과학자 폰 울프는 식물의 철분 함유량을 조사하는 연구를 맡았는데, 그는 연구결과를 옮기는 과정에서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의 소수점을 잘 못 표기해 실제 함유량보다 10배 높은 수치를 기재했다.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 3.5mg을 35mg으로 표기하며 졸지에 슈퍼 푸드가 된 것이다. 이후 오류를 수정했지만 사람들에게 ‘시금치가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깊게 박힌 이후였다. 하지만 2019년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시금치 속에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성분인 엑디스테론이라는 성분이 있어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1929년부터 시금치를 먹어온 뽀빠이는 2019년에 정말 시금치를 먹고 힘이 세진 것이 맞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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