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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삶은 계속된다, <파친코>
  • 이지현 기자
  • 승인 2022.04.11 08:00
  • 호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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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시작하는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소개한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전체 내용을 꿰뚫고 있다. 역사는 왜 이들을 망쳤을까? 그런데도 이들은 왜 상관이 없다고 하는가? 이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찾으며 읽는다면 이 소설의 매력은 배가 될 것이다.

제목인 <파친코>는 돈을 주고 구입한 구슬을 기계 장치로 튀겨 구멍에 넣은 후 그림의 정해진 짝을 맞추면 일정 액수의 돈이 나오는 도박 기계를 말한다. 이 파친코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로, 마치 일본으로 이민을 가게 돼 한국인과 일본인의 경계에 있는 자이니치와 상당히 유사하다. 실제로 자이니치들은 한국인, 일본인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으니 말이다.

이 소설에는 4대에 걸친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기자는 가계도를 그리면서 읽었을 정도로 많다. 주인공 ‘선자’는 영도에서 절름발이에 언청이인 아버지와 가난한 집 막내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선자의 삶은 한마디로 기구하다. 영도에 있던 수산물 중개업자 ‘도한수’와 사랑에 빠져 도한수의 아이를 임신하는데 사실 그는 오사카에 가정이 있었다. 도한수는 현지 첩이 돼달라고 하지만 선자는 이를 납득하지 못하고 ‘백이삭’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에서 도한수의 아들 ‘노아’와 백이삭의 아들 ‘모자수’, 그리고 백이삭의 형 ‘요셉’과 그의 아내인 ‘경희’와 가정을 꾸리게 된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한다. 선자는 경희와 함께 김치 사업을 시작했다. 노아는 열심히 공부해 와세다 대학교에 입학했고, 모자수는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었다. 모자수는 유미와 결혼해 아들 ‘솔로몬’을 낳았다. 모자수는 솔로몬에게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미국에서 유학할 것을 권유했다. 그래서 솔로몬은 미국에서 유학한 뒤 미국계 은행에 취직했지만, 미국에서도 자이니치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위 인물들은 저마다가 겪는 편견과 차별에 각자의 방식으로 대항하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삶을 이어간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자이니치들의 한 서린 삶에 저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비단 자이니치의 삶을 소개하는 소설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우들에게 추천한다. 분명 우리 사회에도 많은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기자에게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다. “자신의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구절이다. 과연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는 누군가의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은 적은 없는가? 기자는 이 하나의 문장에서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파친코>는 우리대학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으며, APPLE TV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지난 25일(금)부터 방영이 시작됐으니 관심 있는 학우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파친코를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어디에서든 강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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