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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아, 돌아와!
  • 안보영 기자
  • 승인 2022.04.11 08:00
  • 호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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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이 꽃향기로 가득하다. 지난 31일 창원에는 벚꽃이 만개했고, 서울은 지난 2일을 기점으로 개화했다. 지난해보다 9일 늦은 개화다. 하지만 작년은 벚꽃 개화를 관측하기 시작한 1922년 이후 100년 만에 가장 이르게 벚꽃이 폈다고 한다. ‘춘서(春序)’라는 말처럼 봄꽃이 피는 순서는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자연의 순리이나 기후변화로 인해 봄꽃들의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동시다발적으로 만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문제는 봄꽃의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생태계 전반에 교란이 일어났다. 최근 뉴스를 뜨겁게 달궜던 꿀벌 실종 사건도 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꿀벌 실종 사태, 무슨 일인가?

벌들은 겨울 동안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지 않는 기간 동안 활동량을 최소화한 상태로 뭉쳐 체온을 유지한다. 이때 양봉가들은 벌통에 보온을 해주고, 화분 떡도 넣어주며 봄이 오기를 함께 기다린다. 그러나 월동 이후 제주, 경남, 경북, 전남 충북까지 전국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실종됐다는 사건이 접수됐다. 한국양봉협회 광주광역시지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4만 3,990통의 벌통 중 1만 6,593개의 벌통에서 꿀벌이 집단 폐사하거나 사라졌다. 전남에서는 농가 1,831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봉 사육 농가의 70%가 피해를 봤고, 충북에서는 농가 2,705곳을 조사한 결과 29.7%가 피해를 봤다. 지난달 2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전국 양봉 농가에서 사라진 월동군은 총 39만 517군이다.

하나의 벌통에 들어 있는 벌을 1군이라 한다. 1군의 개체 수는 계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벌들이 꿀을 따기 위해 모이는 늦봄에서 여름에는 5~6만 마리가, 월동 전에는 1만 5천 마리가 있다. 그러니 1군에 2만 마리가 있었다고 가정하면 총 78억 마리쯤 되는 벌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남부지방에서부터 시작된 꿀벌 실종 사태는 충청과 강원으로 북상해 전국으로 퍼졌고, 봄철 꿀벌 깨우기에 돌입한 양봉 농가들은 망연자실했다. 이전에는 없던 기상천외한 상황에 농촌진흥청은 전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실종 피해조사를 진행했고, 총 4천 159개 농가의 38만 9천 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꿀벌은 개체가 아닌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체군으로 이해한다. 특히 동양종 꿀벌(Apis cerana)과 서양종 꿀벌(Apis mellifera)은 가장 진화한 사회조직을 갖는 벌류이다. 꿀벌 사회조직에서는 전체 사회생활을 위해 세분화된 작업분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군집을 이루고 생활하는 꿀벌의 사체가 사라진 개체 수에 비해 한참 적게 발견됐으니, 실종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꿀벌 실종, 왜?

농촌진흥청은 양봉 농가의 월동 꿀벌 피해 원인을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거의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응애가 관찰됐고, 예찰이 어려운 응애류의 발생을 농가에서 인지하지 못해 그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월동 꿀벌의 약군화(弱群化 : 월동 봉군(벌무리)의 일벌구성이 정상보다 적은 수로 된 경우)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응애는 벌집에 살며 벌 유충의 체액을 빨아먹는 해충이다. 기생한 꿀벌에게 체중 감소와 성장 부진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꿀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로 인해 벌들의 채밀량을 30~46%가량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농가는 응애 피해를 줄이고자 여러 약재를 과도하게 사용해 오히려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기후변화로 인해 꿀벌이 집단 폐사했다는 분석도 있다. 꿀(花蜜, Nectar)과 화분(花粉, Pollen)은 꿀벌의 기본 식량이다. 꿀의 식량이 되는 것은 화밀(花蜜)이고, 꿀을 분비하고 화분을 공급해 꿀벌의 생활을 돕는 식물류를 총칭해 밀원식물이라고 한다. 지구상에는 약 35만 종의 식물이 있는데, 이 중 꽃이 피는 식물은 25만 종에 이르고 우리나라 양봉에서 밀원으로 이용이 가능한 식물은 약 250종이다. 이들의 개화와 개화기를 파악하는 일은 적극적인 양봉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밀원식물의 개화와 개화기는 기상요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같은 종류의 식물이라도 기상 조건이나 위도 등의 차이에 의해 개화기가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 보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에 저온 현상이 발생해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 봉군이 약화됐다”라고 추정했다. 또한 “이렇게 약화된 봉군으로 월동 중이던 일벌들이 화분 채집 등의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됐고, 외부기온이 낮아지면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즉, 벌들은 본능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면 활동을 시작하는데 월동기에 기온이 평소보다 높았으니 봄이 오지 않았는데도 일벌들이 나갔다가 추워진 날씨에 돌아오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또한 최근 10년간 세계 이상기후로 인해 작물이 제때 크지 못하고 밀원수가 감소해 꿀벌의 생활에도 피해가 생겼다. 결국 이상기후, 면역 약화, 병해충 다시 이상기후라는 연결고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보도 이후에도 꿀벌 집단 폐사는 계속됐다. 토종벌에서만 발생했던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한 것이다. 낭충봉아부패명은 꿀벌 유충에게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폐사한다. 주로 부화기부터 유충이 번식하는 봄에서 여름 사이에 발생하는데, 치사율이 90%에 이른다. 축산당국은 이를 법정 가축전염병 2종이라며 감염된 벌과 벌통을 모두 소각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피해 보상은 법적으로 규정된 것이 없다.

 

해외에서는 이미 사라졌다?

대규모 꿀벌 실종 사태가 이슈 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극심한 농가의 피해 때문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꿀벌 실종 사태를 전 지구적으로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위기는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벌들이 집단 실종 및 폐사하자 벌들의 가격은 급등했다. 한 통에 20 만 원 하던 벌통이 이제는 25~35만 원에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벌통을 살 수 있으면 다행인 편이다. 많은 농가가 벌을 구하고 있지만, 벌들이 돌연 집단 폐쇄하니 파는 사람 입장도, 사는 사람 입장도 곤란한 상황이다. 양봉 농가의 위기는 과수·채소 농가들의 위기와 연결된다. 많은 과수·채소 농가들은 양봉 농가로부터 벌을 납품받아 수분하기 때문이다. FT(Financial Times)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3분의 1가량이 꿀벌에 의한 수분에 의존한다고 한다. 특히 아몬드의 경우에는 자가 수분이 불가능한 식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면 꿀벌의 도움이 필수다. 양파와 아보카도의 꿀벌 의존도는 90%에 달하고, 키위 역시 80%에 달한다. 인간이 먹는 식량 중 대부분의 작물은 꿀벌과 같은 곤충과 새의 도움을 받아 열매를 맺고 있으니 꿀벌이 사라진다면 농산물 생산이 줄어들고 식량 위기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00대 농산물 생산량에서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을 한다”며 “당장 꿀벌이 없다면 100대 농산물의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꿀벌은 야생에서 생활하는 꿀벌과 서양종 꿀벌과 같이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가축화된 꿀벌로 나뉜다. 야생에서 생활하는 꿀벌은 자연의 변화에 순응·적응해 생활력이 강하지만 서양종 꿀벌은 그렇지 않다. 계절별 관리와 병해충 관리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만 꿀벌이 활동을 원활히 해 생산물을 수확하고, 양봉 농업인의 소득도 증가하게 된다.

적극적인 꿀벌 관리의 필요성, 양봉 농가는 이를 몰랐을까? 아니다. 꿀벌의 개체 수 감소 및 실종은 이미 전 지구적으로 10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2006년 미국에서 꿀벌의 집단 실종 사태가 일어났고, 이를 ‘꿀벌봉군붕괴현상(CCD, ColonycollapseDisorder)’으로 이름 붙였다. 아이오와에서는 2013년 겨울을 지나면서 꿀벌 개체 수가 약 70% 정도 사라졌고, 캐나다에서는 2012, 2013년 겨울을 지나며 꿀벌이 29%, 유럽에서는 20%가 줄었다. 야생 꿀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 사이 확인된 야생 꿀벌이 1990년대보다 25%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하고 안전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꿀벌 보호 활동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는 군집붕괴현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 해충 및 병, 살충제 등을 지목했다. 지난 2013년 1월 유럽연합(EU) 식품안정청(EFSA)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가 꿀벌 폐사의 주요 원인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벌들의 실종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수분 활동의 20%를 상업적으로 기른 벌들에 의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꿀벌 보호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5월 ‘꿀벌 등 꽃가루 매개 동물 보호를 위한 국가전략’을 발표해 꿀벌의 실종이 인간 생태계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음을 알렸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는 머리 부분에 노란빛을 띠는 하와이 토종 꿀벌 7개 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기로 했다. 하와이 토종 꿀벌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하와이 토종 식물을 수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17년 국제연합(UN)은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로 지정하기도 했다. 자동차 회사인 롤스로이스와 포르쉐는 꿀벌의 안전한 서식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양봉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포르쉐는 연간 400kg의 벌꿀을 생산하며 그 수익금을 다시 꿀벌 보호에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양봉을 장려하는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서울’이 세계 꿀벌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전남은 이번 꿀벌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가축재해보험 특약사항에 추가할 것을 농립축산식품에 건의했다.

 

생물다양성, 이제 지켜야 할 때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막화방지협약(UNCCD)와 함께 유엔 3대 환경협약으로 불리는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은 지구촌 사람들의 참여와 협력으로 생태계를 보전하고 국가 간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기 위한 협약이다.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르면 생물 다양성이란 육상, 해상, 그 밖의 수상 생태계 및 생태학적 복합체를 포함하는 모든 자원으로부터의 생물 간 변이성을 말하며, 종들 간 또는 종과 그 생태계 사이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것이다. 유엔은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표된 날을 기념하며 5월 22일을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로 지정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900년대 이후 생물 멸종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한 종이 멸종했을 때 특별히 어느 종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어 위험하고 위태로운 상황이다.

사라지고 있는 건 벌뿐만이 아니다. 곤충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현재까지 기록된 모든 동물 종의 4분의 3은 곤충일 정도로 규모가 매우 컸다. 식물 수분에 필수이자 소형 동물의 먹이가 되는 곤충은 지구 생태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30년 동안 매년 2.5%가 사라지고 있다. 곤충이 사라지면 식물도, 조류도, 포유류도 사라지게 된다. 그야말로 대멸종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은 5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분야별 생물 종 모두 합쳐 3분의 2 정도로 감소하였다고 밝혔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해가 갈수록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개입 및 도시화,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주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2020년 7월 한국판 그린뉴딜을 발표했다. 기후변화 정책과 환경정책을 보완 및 확대한 유럽 그린딜(Green Deal)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 및 경제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수립됐으며, 환경 분야에서는 탄소 의존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10월 공식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 달성목표를 선언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녹색 생태계 회복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스마트 그린도시, 도시 숲, 생태계 복원 등의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번 꿀벌 실종 사건은 인류 존속 위험의 경고장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과도한 개입과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 그것이 원인이라면 이 사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주체는 누구일까? 우리가 꿀벌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인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인간만이 되돌릴 수 있다. 이제라도 지구가 보내는 경고를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기후 위기를 적극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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