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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이야기 찾기] 네 홍차에 독을 탔어
  • 이지현 기자
  • 승인 2022.03.14 08:00
  • 호수 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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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하게 마실 수 있는 홍차에서 독이, 그것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0%라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은 이미 독이 든 홍차를 마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독극물 홍차를 마신 사람들은 모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 지난 24일(목)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 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는 푸틴은 왜 독극물 홍차를 보냈을까? <진실과 불가능은 없다>의 저자 피터 포메란체프에 의하면 러시아는 “러시아에 살면서 정권에 잘 순응해서 살면 비교적 안전하다. 그 부류에서 나오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푸틴의 독극물 홍차 이야기를 통해 러시아의 이면을 알아보자.

2006년 11월 1일,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라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 러시아 스파이가 갑작스레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리트비넨코는 FSB(러시아연방보안국)로부터 반체제 인사를 암살하라는 지시 받았고, 우크라이나 무기 판매상과 푸틴 대통령의 유착 의혹을 폭로해 반푸틴 인사로 구분됐다. 리트비넨코가 푸틴과 관련한 폭로를 이어가, 전 KGB 국장 올렉 칼루진이 안전을 유의하라 할 정도였는데 결국 푸틴의 방사능 홍차를 마시게 됐다. 그는 런던의 한 호텔에서 전직 FSB 요원 2명을 만나 홍차를 마신 날로 3주 뒤 방사성 물질 중독으로 사망했다.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폴로늄 210, 핵물질로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이 100g밖에 되지 않는 희귀한 물질이다. 따라서 폴로늄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몇으로 특정되기 때문에 상당히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과 다름없다. 리트비넨코가 섭취한 폴로늄은 단 1㎍으로 100만분의 1g이다. 2016년 영국 고등법원은 공청회에서 리트비넨코는 독살됐으며 FSB의 살해 작전이 FSB의 수장과 푸틴 대통령의 승인 아래 시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리트비넨코를 독살했다고 추정되는 용의자들을 끝까지 살해 혐의로 조사하지 않았다.

2020년 8월 20일에도 독극물 홍차가 전달됐다. 대표적 푸틴 저격수로 꼽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이 든 홍차를 마셨다. 그는 푸틴의 통합러시아당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극심한 복통을 호소해 비상 착륙한 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병원에 빨리 도착해 목숨은 건졌다. 독일의 샤리테 병원에 의하면 나발니에게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된 증거가 발견됐다고 한다. ‘노비촉’은 극미량으로도 즉사시킬 수 있는 맹독성 독극물로, 2018년 영국에 러시아 기밀정보를 제공하던 이중간첩 스크리팔을 독살 시도했을 때도 검출된 물질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나발니가 자신을 미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FSB요원과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을 본인 유튜브에 게시했다. 나발니는 FSB요원의 번호를 해킹을 통해 얻었다고 주장했으며, 러시아 고위 간부인 척하며 통화했다. 통화 내용에서 암살이 실패한 이유, 독극물이 넣은 위치 등을 물었고 요원은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다, 팬티에 독극물을 넣었다고 답변해 보는 이들을 경악스럽게 했다. 푸틴 지지자들은 FSB가 이렇게 허술할 리 없다며 조작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반인은 함부로 구할 수도 없는 폴로늄 201, 노비촉과 같은 물질로 사람을 독살했다는 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뿐 아니라 소개하지 못한 더 많은 반 푸틴 인사들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기억하며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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