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장애인단체 지하철 시위 21일 만에 종료, 그리고 드러난 민낯
  • 안보영 기자
  • 승인 2022.03.14 08:00
  • 호수 682
  • 댓글 0

당신은 대중교통에서 장애인을 본 적이 있는가? 기자는 통학생으로서 지난해 휴일을 제외하고 버스를 286회 이용했고, 하루 왕복 최소 3시간을 버스에서 보냈다. 더불어 아르바이트 및 여행을 위한 지하철, 기차 이용까지 합한다면 한해에 대중교통 이용 횟수는 최소 500회는 될 것이다. 하지만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단 한 명의 장애인도 마주친 적이 없다. 왜일까? 이런 의문은 며칠 전 끝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전장연은 왜 시민들의 비난을 감수하고도 서울 지하철로 나가야 했을까?

 

서울 지하철로 나가야 했던 이유는 ...

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을 두고 벌인 지하철 시위는 지난해 12월 시작돼 지난 23일(수)을 기점으로 끝났다. 그동안 전장연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 활동 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보장 예산 책임 ▲장애인 탈시설 예산 24억 원, 거주 시설 예산 6224억 원 수준 증액 등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외치며 서울 지하철 3호선, 4호선과 5호선에서 출근길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석 달 동안 21번 일어났고, 시위대는 시민들로부터 욕설과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2001년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노부부가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숨진 뒤 장애인들은 20년이 넘도록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저상버스 보급률은 장애인 100명당 3명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인 데다 지하철역마다 최소 두 대씩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은 7년째 무소식이다.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집계된 서울 지하철역 리프트 사고는 총 17건이며 그중 4건은 사망 사고였다. 유튜브 채널 씨리얼 <그리고 장애인 범죄집단으로 이직한 이유> 편에 출연한 변재원씨는 “착한 장애인은 개인의 삶을 바꿀 수 있지만 나쁜 장애인은 제도를 바꿀 수 있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지하철 엘리베이터나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 장애인이 직접 행동해야 된다는 사실 자체가 저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처럼 홀시되어온 장애인 이동권에 견디지 못한 전장연은 결국 시민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이동의 불편을 겪게 하는 시위 방법을 택했다.

 

이동권의 실현

“여러분들이 지하철을 안전하게 타고 다니듯이, 저희들도 지하철을 안전하게 탈 권리가 있습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지하철 시위에서 한 말이다. 전장연이 주장하는 ‘이동권’이 단순히 장애인의 안전과 편리를 위한 권리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행되면서 사람들은 대체로 집에 머물러야 했다.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가는 데에도 제한이 생기면서 코로나로 인한 우울이라는 뜻의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우리는 ‘이동권’의 제한을 “코로나만 없었어도 자유롭게 이동할 텐데”라는 말로 인식했다. 이동권은 시공간의 자유를 제공하고, 삶을 의미 있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장애인에게 이동권 보장이 절박한 이유는 이들이 점점 더 사회의 구석으로, 시공간의 고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출근길과 이동권이 장애인에게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하나의 도전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물 한잔을 마시기 위해 ‘문턱’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하고, 휠체어로 고작 한 뼘 높이의 인도를 올라가기 위해 몇십 번의 바퀴를 돌리며 무능력함을 느껴야 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비단 출근길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전장연은 2001년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사건 이후 지하철로를 내려가 항의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사과나 대책이 아닌 벌금과 지명수배였다. 당시 지명수배로 구치소에 갔던 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법무부 제공 호송 차량 중 장애인을 이동시킬 수 있는 차량은 존재하지 않아 직접 검찰에 출석해야 했고, 트럭에 휠체어를 싣고 가는 날에는 휠체어가 도착할 때까지 차량에서 대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형숙 전장연 공동 대표는 구치소 수감 생활 당시 휠체어 생활이 불가해 땅바닥을 기어야 했고, 남녀 화장실을 통틀어 장애인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고 밝혔다. 자유로운 이동권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 친 끝에 온 결과는 벌금과 실형이었고, 그곳에서조차 장애인은 물리적으로 고립되어야만 했다.

 

지하철 시위와 비장애인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지속됨에 따라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크게 대두됐다.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던 때에, 지난달 23일(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청년이 “할머니 임종 지키러 가야 한다”고 항의하는 지하철 시위 현장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장연에 대한 비난이 커졌다. 전장연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시위대는 출입문이 닫히지 않도록 휠체어를 출입문에 끼웠고, 이로 인해 지하철 출발이 수십 분 지연됐다. 이에 “할머니 돌아가시면 어쩔 거냐”고 따져 묻는 청년의 절박한 목소리에도 시위대는 “버스타고 가라. 안타깝다”라고 답한 뒤 자신들의 주장을 이어갔다.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던 이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출퇴근에 불편함을 겪던 직장인들도 시위 방식을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전장연이 ‘오죽했으면 출퇴근길 지하철까지 나와 시위를 했겠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시위로 인해 출근길이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위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진 것은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 역시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이다.

한편 이번 지하철 시위로 인해 언론의 역할도 다시금 대두되는 상황이다. 지난 23일(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진 청년의 사연은 ‘장애인 시위’, ‘할머니 임종’, ‘버스 타세요’ 등의 키워드로 시민들의 불편과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강조하며 보도됐다. 이들 중 소수의 보도만이 전장연이 지하철로 나와야 했던 이유, 전장연의 요구 사항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었다. 이번 이슈는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출퇴근길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과 21년째 이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장애인 단체 사이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런데 언론은 ‘시민 불편 호소’라는 단어로 이들의 싸움을 부추겨야만 했을까? 장애인의 인권 시위 그 본질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언론 보도 역시 이번 시위를 통해 드러난 민낯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들의 시위를 멈춰 세운 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1분이었다. 지난 21일(월) 심후보는 대선 TV 토론 ‘마지막 1분’ 발언 시간에 “아침에 지하철로 출근하는 시민도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시위하는 장애인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 세계 10위 선진국임에도 장애인 이동권조차 보장 못 하는 정치권에 있다”고 했다. 또한 심후보는 23일(수)에는 3주째 이어진 장애인 단체 시위 현장에 방문하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 대선 후보가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심후보는 방문 이후 서울교통공사 측에 전장연 등을 상대로 한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책임을 정부와 정치권에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심후보의 방문으로 인해 출입문을 가로막는 형태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끝났지만 4호선 혜화역 지하철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선전전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지난 3일(목), 전장연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대통령 인수위가 오는 23일(수)까지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24일(목)부터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다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에는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 머리로 움직이는 마우스 등 장애 특성에 맞는 보조기기가 많이 개발됐고, 사람들은 이를 보고 ‘대단한 기술의 발전’이라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을 기술 발전의 수단으로 고립되도록 하며 기술이 이들의 장애를 마치 ‘치료’해 비장애인처럼 살 수 있다는 듯 포장한다. 또한, 휠체어의 종류와 기능이 다양해지고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이들이 이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 리프트가 고장 난 저상 버스, 경사 계단이 없는 빌딩은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동권이 제한된 장애인이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은 그리 넓지 않다.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편리한 환경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이들이 이토록 절실하게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제는 21년간 외롭게 싸워온 이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보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