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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 그리고 3월
  • 이다원 편집국장
  • 승인 2022.03.02 08:00
  • 호수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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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대부분 1년의 시작을 1월 1일이라 하지만 기자는 3월이 아닐까 싶다. 3월은 식물의 새싹이 피어나는 시기면서 학교가 오랜 방학을 끝마치고 다시 문을 여는 달이기도 하다. 3월의 대학에는 저마다의 출발선에 선 사람들이 모여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들, 긴 휴학을 마치고 돌아온 복학생, 누군가는 새로운 학교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처음은 설레기도, 떨리기도, 별로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기자의 첫 대학 생활은 코로나 19와 함께였다. 계속해서 입학이 미뤄졌고,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1년이면 오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2년이 지나고 이제는 끝을 가늠하는 것조차 지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 친구들은 입학한 지 반년이 지나고서야 겨우 얼굴 한 번 볼 수 있었고, 뿔뿔이 흩어진 고등학교 친구들은 온라인 친구가 돼버렸다. 그래서인지 2022년의 시작은 조금 시시했다. 예전에는 보신각 종이 치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겠다는 다짐과 들뜬 기분, 기대감으로 꽉 찬 1월 1일을 보냈다면 올해는 달랐다. 좁아진 생활반경과 답답한 마스크 앞에 무엇도 계획할 힘이 나지 않았다. 코로나 19에 걸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었고, 무력함을 많이 느꼈다.

처음은 중요하다. 첫 문장을 잘 써야 좋은 글이고, 제일 꿰기 어려운 단추는 첫 단추이면서 첫사랑은 안 이루어 지니까 말이다. 인터넷에 ‘첫’이라는 말을 치면 다양한 말이 뒤에 붙는다. 첫눈, 첫 월급, 첫인상, 첫차, 첫 구매 혜택, 우리 아이 첫 우유, 첫 면접 썰, 드라마 속 첫 키스신, 첫 배당금까지.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처음을 망치면 모든 걸 망쳤다고 생각하곤 한다. 다이어리의 첫 장에 이름이 번졌다면 더는 펼쳐보고 싶지 않아서 새 다이어리를 사고 싶어지는 심리와 같다. 계획을 다 짜고 난 후에 '내일부터 달라진 삶을 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마지막으로 누워있어야지'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완벽한 시작을 바라다보면 역설적으로 시작을 못 하게 된다. 1월 1일에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지 못했다면 어제의 나로, 마지막으로 눕는다는 나로 다시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것 하나만 틀어져도 의욕이 확 떨어지고 하기 싫어진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않아야 한다. 미약하더라도 시작을 하는 게 중요하다. 내일은 다른 사람이 될 거라는 기대를 버리자. 오늘의 나를 움직이자. 모두의 시작은 서툴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또 나아가야 하니까. 또 새로운 시작을 위해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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