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문화탐방
[문화탐방] <나인>은 기적이란 뜻이야
  • 안보영 기자
  • 승인 2022.03.02 08:00
  • 호수 681
  • 댓글 0

"만약에 내가 인간이 아니고 식물이라면 어때? 그니까 인간이기는 한데 식물인 거야”라는 말을 친한 친구로부터 듣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기자는 소설 속 등장인물 ‘미래’처럼 친구에게 그 식물이 나무인지, 꽃인지 혹은 꽃이 피는 나무인지 물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장난이었을 거다. 말 그대로 ‘식물인간’이라는 종족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낯선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인’은 언젠가부터 식물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손톱 사이에서 새싹이 나는 자신을 이상하게 여겼다. 나인이 의문을 품자 이모는 나인이 다른 행성에서 온 ‘누브족’이며 평범한 인간과 달리 땅에서 태어난 존재라고 설명한다. 이후 나인은 학교 뒷산에서 자신과 말이 통하는 나무를 만나게 되고, 나무의 속삭임을 통해 2년 전 벌어진 ‘박원우 실종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인은 실종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었지만, 자신의 능력이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됐다. 무엇보다도 나무에게서 진술을 들었다는 나인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나인은 자신과 같은 존재인 ‘승택’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단짝 친구인 ‘현재’, ‘미래’와 함께 박원우 실종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인과 친구들이 박원우 실종 사건을 파헤치면서 찾은 불편한 진실들은 인간이 인간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작은 진실까지도 외면해 누군가의 세상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살아남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숨어든 낯선 이방인 ‘나인’과 이모, 한부모가정부터 성 소수자까지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받은 칼날 같은 시선들도 묘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에 이유를 두지 않는” <나인>은 낯선 진실 앞에서 끈질긴 선의로 세상의 모든 ‘다른 것’을 끌어안는 아이들을 그려내고 있다.

기자는 책을 읽으면서 ‘너도 어쩔 수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이는 모두에게 존재할 이유를 주고 싶었다는 소설가 ‘천선란’의 의도와 이어지는 부분이었으며, 책 속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한 인생을 존재하게 한다”라는 문장으로 이어졌다. 나인은 한 선배의 죽음을 한 사람의 우주가 사라졌다고 이해했으며,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종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인은 기적이라는 뜻이야’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나인>은 차별과 혐오가 들끓는 세상에서 한 사람의 존재가 꽃처럼 아름답고, 땅처럼 단단하길 빌어주는 소설이었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보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