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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의 Talk Talk] 당연하고 잔잔한 일상
  • 이다원 편집국장
  • 승인 2021.11.15 08:00
  • 호수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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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일상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사실 누가 일상에 의문을 가질까? 일 상이 아닌 것에 주목하기도 바쁜데 말 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양치를 하고, 학교에 가는 버스를 타는 일은 특별 하지 않다. 악몽을 꾸다가 방바닥에서 눈을 떴다거나, 양치를 하다 치약 뱉는 것을 까먹고 삼켜버렸다거나, 졸다가 내려야 하는 정류장에 내리지 못 해야 생각할 거리가 된다.

어린 시절에 책이나 영화를 보다가 문득 ‘왜 모든 이야기는 사건이 터지 면서 시작될까? 그냥 평범한 일상은 왜 이야기로 만들지 않지?’라는 생각 을 했다. 얼마나 멍청한 생각이었는지 는 10초가 지나고 나서 알게됐다. 아무 일도 없는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횡단보도에서 트럭에 부딪혀 중세시대로 떨어지진 않더라도 누군가 전학을 오 거나 사물함 속에 있던 책 한 권 정도 는 없어져줘야 이야기가 진행된다. 문예창작과를 준비하던 친구가 주인공의 목표설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디로든 뭐가 됐든 주인공은 발걸음을 떼야 한다. 평범한 일상은 아무런 이야기도 되지 않는다. 지루하고 조용하고 별거 없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은 아무것 도 하지 않음에 죄책감을 느끼고는 한다. 시간을 낭비하고 인생을 허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은 영화와 다르다. 항상 사건이 생길 수 없다. 만약 삶이 영화와 같다면 상상 이상으로 피곤해질 것이 다. 어떻게 매일을 악당과 싸우고 뭔가를 이뤄내야만 할까. 가끔은 소파에 누워서 주구장창 TV만 보고, 하루의 절반을 꿈 속에서 보내도 괜찮다. 사실 심심하고 한적한 하루는 꼭 필요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 숨 돌릴 시 간이 있어야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의식하지 않아도 지나가 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일에 더 집중력을 쏟을 수 있다. 휴식은 띄어쓰기와 같다. 의미없이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띄어쓰기 없이 쓰여진 글은 가독성도 낮고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다. 중간중간을 비워줘야 글이 완성된다.

기자는 일상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대신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려 한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되는 날들 그대로를 누리고 새로운 일에는 에너지를 부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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