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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다?
  • 남예은 기자
  • 승인 2021.11.01 08:00
  • 호수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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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현재는 정신적 문제를 터부시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고, 정신의학과를 찾는 것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정신적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부터 조울증, 경계성 인격장애 등 다양한 정신적 질환에 대한 지식도 늘었다. 하지만 이런 경향과 달리 조현병에 대한 세상의 편견은 더 견고해졌다. 이는 몇몇 범죄자들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일어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많은 정신질환 중 조현병만 유독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정말 위험한 질병이 맞긴 할까?

 

정신분열증, 조현병

조현병(정신분열증)은 비정상적인 사고와 현실에 대한 인지 및 검증력 이상을 특징으로 한 정신질환이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성인기 초기에 처음 발병해 생애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일반적으로 망각과 환각, 와해한 언어와 행동, 사고장애의 증상이 나타나며 사회적 위축 및 감정 반응의 저하 등도 동반된다.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흔한 질병이고, 성별에 따른 발병 빈도는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조현병 발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생물학적 소인과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병된다고 추정한다. 생물학적 소인으로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 이상, 대뇌의 구조 및 기능 이상, 비이상적인 신경증식 등이 언급된다. 환경적인 원인으로는 외부로부터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가정 폭력과 학대 등을 겪은 경우 조현병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현병의 발병 위험도는 유전적 요인도 연관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 중 한 사람이 조현병인 경우 조현병의 발병 우려는 13%, 부모 모두 조현병인 경우 발병 우려가 50% 정도로 높게 나왔다. 하지만 이는 발병 확률일 뿐, 조현병이 100% 유전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모가 조현병 환자더라도 자녀는 조현병이 발병하지 않을 수 있으며 가족 중 조현병 환자가 없더라도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이다.

조현병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잘못된 지식, 약한 정신력과 잘못된 양육, 악령으로 인한 발병이 아님은 분명하다.

다 같은 조현병이 아니다.

조현병에는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편집형과 와해형, 긴장형으로 구분하는데, 편집형 조현병은 가장 흔하고 예후가 좋은 편이다. 편집형 조현병은 체계화된 망상과 환청이 주 증상이다. 망상 중 주로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이 주를 이루며 이상행동이나 와해한 언행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초발 나이는 긴장형과 와해형해 비해 늦은 20대 중후반에 발생하며 다른 유형에 비해 예후가 좋은 편이다. 발병 이전에는 학업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고 병전 적응과 병전 성격이 좋다. 편집형 조현병은 발병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는데,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급성기 치료를 마친다면 외부적 이상행동이 심하지 않다. 해당 유형은 치료 경과가 좋아 치료 후 직업 활동과 사회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와해형 조현병은 와해한 언어와 행동 등이 특징이다. 이 유형은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지낸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발병하기 때문에 발병 전 사회관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해당 유형은 치료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세 가지 유형 중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예후를 보인다.

마지막 긴장형 조현병은 운동기능에서 현저한 퇴행을 보인다. 긴장성 혼미와 긴장성 흥분이 반복돼, 긴장돼 있다가 갑작스럽게 흥분하거나 반복적 행동을 보여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들은 긴장 시기엔 극도의 거부증을 보이며 이로 인해 영양결핍과 탈진, 발열, 자해 등의 위험이 높다. 해당 유형은 과거에 많이 발병했으나 현재는 매운 드문 유형으로 발병의 빈도가 현저히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조현병 아들이 어머니 때려 숨지게...

“○○ 아파트 묻지마 살인 용의자, 알고 보니 조현병 환자”, “조현병 환자 40대 남성, 길 가던 60대 남성 공격...”, “조현병 아들이 어머니 때려 숨지게... 정신병원 입원 반발”

이 같은 제목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조현병’을 웹 브라우저에 검색했을 때 어렵지 않게 위와 같은 문구의 기사를 찾을 수 있다. 언론사의 자극적인 제목에 대한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기에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특히 강력 범죄와 사회적 소수 층인 조현병 환자를 엮어 조현병 환자는 위험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환자의 권리인 치료 행위를 침해하는 결과까지 낳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조현병 환자의 입원 거부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한 환자는 14곳의 병원에서 응급 입원을 거부당했다. 병원 측에선 전문의의 부재라고 해명했으나 조현병 환자에게만 가해진 입원 거부에 해당 해명은 명쾌한 답변이라 볼 수 없다.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이웃 살인사건에 조현병 환자를 강조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낮은 수위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시한폭탄 ‘조현병 범죄’ 의사 없이 판단”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화근이었다. 해당 방송사는 앞서 용의자는 조현병 병력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이었다고 밝히며 조현병과 범죄의 연관성을 임의로 구성한 뉴스를 전국적으로 송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며칠 뒤 문제가 된 헤드라인으로 “경기도 남양주에서 조현병 환자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며 “조현병 범죄는 잠재된 시한폭탄과도 같지만, 환자 상태를 맨 처음 살피고 강제 입원하는 것 모두 의사가 빠진 채 경찰이 판단하게 하는 절차도 문제라는 지적”을 전했다. 이에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시한폭탄과 조현병을 함께 써 조현병 환자는 다가가서는 안 될 존재로 그렸다는 점을 지적하며 행정 처분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비단 언론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영화 <F20> 에서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혐오적 표현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영화에서는 조현병 아들을 둔 엄마가 주인공으로 나와 그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따라가는 것이 주된 플롯이다. 조현병 환자의 보호자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는 하등 문제가 없으나 그 표현 방식에 있어 혐오를 조장하는 방식을 채택해 지적을 받았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언론이나 감독이 특정 지병을 앓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형성하게 해 우리 사회에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이 가득하다.

 

위험한 정신질환, 사실일까?

국내 조현병 환자의 전체적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크게 낮다. 2016년 기준 조현병 환자의 전체 범죄율은 0.9%로 국내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이다. 즉,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물론 망상과 환각의 정도에 따라 범죄를 야기할 수는 있지만 이런 유형은 전체 조현병 환자 중 지극히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 조현병 환자들이 악의를 갖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망각과 환청, 환각에 시달려 폭력적인 행동과 언어를 보이는 이들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우려하는 강력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조현병 환자의 범죄 행위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또한 조현병을 비롯한 중증정신질환과 범죄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혐오 표현임이 분명하다. 조현병 환자는 사회적으로 격리돼야 할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관심이 더 필요한 존재다. 언론에서 표현한 이미지 때문에, 영화에서 보인 모습 때문에 두려움을 가진 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그들이 생산하는 말과 콘텐츠의 파장을 무시하고 혐오적 표현을 담은 그들의 문제다. 하지만 당신이 조현병 환자에게 혐오적 표현을 가한다면, 당신은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된다.

우리가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평등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초등학교 저학년이 돼 첫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유도 평등을 몸으로 느끼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내 옆에 있는 친구는 나와 같은 인간이고, 그러니 존중해야 한다’라는 것이 기초 교육의 궁극적 목표다.

내 옆의 친구가 무슨 병을 앓고 있든,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든 그것만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은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다고 차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당신의 표정과 사소한 말투에도 상처받을 수 있다. 당신의 말투와 표정을 변화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적어도 조현병이 무슨 병인지 알고 두려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질병으로 불편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관용의 마음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훨씬 편한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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