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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의 Talk Talk] 오래오래 남을만한
  • 이다원 편집국장
  • 승인 2021.11.01 08:00
  • 호수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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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못 쓴다. 내 글은 시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 문자 그대로의 문장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쓴 글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했다. 부끄럽다. 분명 잘 썼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면 의미 없이 남발해 껍데기만 남은 고급어휘와 미성숙한 생각들이 글 곳곳에 묻어있다. 대학교에 와서는 형식에 맞는 리포트를 주로 썼다. 글은 조금 더 딱딱해지고, 비슷해졌다.
글과 말은 다르다. 같은 문장이라도 말이 주는 어감, 말투와 글이 할 수 있는 문체와 간결함은 전혀 다른 온도다. 말은 귀로 들어가 흘러가지만, 글은 아무도 보지 않아도 남는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글로 할 말을 다 담아내는 사람이 있다. 어떤 방법이든 머릿속의 뭔가를 끄집어내어 보여준다는 역할은 같다. 소통은 방법이 중요하지 않다. 전하고 싶은 말을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했느냐가 관건이다. 조사 하나가 뜻을 바꾸고, 단어 하나가 의미를 뒤집는다. 뭔가를 내뱉을 때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은 마음에 남지만, 글은 어딘가에 새겨진다. 그렇기에 생각할 시간을 더 준다. 고치고 다듬을 수 있도록 말이다.

글이든 말이든 감정과 생각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부럽다. 아직 둘 다에 약하다. 아쉽다. 더 좋은 감정인데, 더 재밌는 일이었는데 싶어서. 개인은 온전히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같은 경험을 해도 다 다른 감상을 가진다. 다 함께 이동학습을 다녀와도 평가는 같지 않다. 아무도 모르기에 내 느낌을 전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문사에 들어와 매달 4편 이상 글을 계속 썼다. 같은 신문에 들어가는 글임에도 이번 칼럼은 다르게 느껴진다. 불특정 다수에게 남 이야기가 아닌 내 일부분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자신이 사실 없다.
신문사 입사 지원서를 다시 꺼내 봤다. ‘요즘에는 언론도 영상매체 쪽으로 변화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종이책이 건재하듯 글만이 갖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단어, 한 문장 정성 들여 쓰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입사 전에만 할 수 있는 패기 있는 말이지만 필요한 말이다. 앞으로 유일하게 주어질 원고지 6매, 글자 수 1,200자 정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오해 없이, 내 이야기를 정돈해서 오래 남을만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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