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사설
사지마세요
  • 창원대신문
  • 승인 2021.10.11 08:00
  • 호수 677
  • 댓글 0

지난 28일(화) 스타벅스가 50주년을 맞아 제조 음료 구매 시 50주년 기념 리유저블 컵에 담아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기자기한 그림에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져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 매장이 열리기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음료 주문을 위해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다. 한정 수량으로 리유저블 컵에 받지 못해 항의 전화를 하거나 중고거래 앱에 컵만 되파는 일도 일어났다. ‘리유저블’은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리유저블컵 이벤트는 친환경 장려 캠페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언제부터인가 에코백, 텀블러 같은 친환경 용품을 나눠주는 이벤트가 늘어났다. 다회용품 사용 열풍과 함께 좋은 기념품 사례로 떠오르며 시작됐다. 박람회, 오픈 행사, 지역 문화제 등 어딜 가든 받을 수 있다. 보통 큼지막한 로고가 새겨져 있는데 모양은 또 각양각색이다. 색깔도 다양하고, 크기도 제각각이다. 기자의 집에만 해도 열 개가 넘는 에코백과 텀블러가 있다. 장담하건대 모든 사람이 기자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그렇게 많은 에코백과 텀블러를 받지만 실제로 들고 다니는 사람 본 적이 있던가?

텀블러를 모으고, 에코백을 받는 일이 환경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쓰지 않으면 일회용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일회용보다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친다. 여러 번 사용되기 위해 일회용보다 더 튼튼한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결국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회용품은 다회용을 해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일회용품처럼 계속해서 찍어내고 있다. 집에는 쓰지 않는 에코백과 텀블러가 쌓여간다. 스타벅스의 이벤트도 맥락이 같다. 리유저블 컵이지만 결국 플라스틱 컵을 또 한 번 생성해 내는 것일 뿐이다. 심지어 튼튼하지도 않아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고 한다. ‘친환경’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조차 민망한 상황이다.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뭐가 됐든 너무 많다. 다 쓰지도 못한다. 환경을 위하는 일 정말 좋다. 친환경 샴푸를 사고, 대나무 칫솔을 구매하는 것. 정말 좋다. 하지만 쓰던 샴푸를 다 쓴 후의 일이여야 한다. 이 점을 간과하는 순간 환경을 위한다는 명목만 있을 뿐 실상은 소비문화의 연장밖에 되지 않는다. 수요는 공급을 촉진한다. 공급이 늘어나면 그만큼 지구는 더 망가진다.

기후 위기는 오래전부터 논의된 문제다. 학자들은 언제나 경고했지만, 사람들의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점점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고,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더는 눈 가리고 남 일인 양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왔다. 정말 본인이 환경을 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불필요한 물건을 사 모으고 있지는 않은지, 있는 물건을 또 산 건 아닌지 되돌아보자. 그리고 있는 것을 쓰자.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원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