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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시공간을 초월하는 애틋한 사랑, <별의 목소리>
  • 강명경 기자
  • 승인 2021.10.11 08:00
  • 호수 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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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각종 OTT 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자는 최근 OTT 서비스에 접속했다가도 영화 제목들만 구경하다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 ‘내가 두 시간가량을 집중해서 앉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보는 게 아니다 보니 영화가 지루하면 중간에 꺼버린 적도 많았다. 그러나 30분 안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모두 담긴 단편 영화라면 어떨까? 아마 누구나 부담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별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2040년대로, 우주 전쟁이 한 차례 일어난 후라는 설정으로 그려진다. 주인공 미카코와 노보루는 서로 좋아하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이다. 둘은 중학교 3학년으로,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길 원했지만 어느 날 미카코가 국제 연합군으로 선발돼 우주로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렇게 미카코는 우주 함선을 타고 떠나고, 노보루는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미카코와 노보루는 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미카코가 속한 함대가 점점 지구와 멀어지면서 메시지 전송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지게 된다.

미카코는 ‘이대로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얼른 지구로 돌아가는 게 제일 좋아’라며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고 싶은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그렇게 우주를 떠돌며 지구인의 적인 타르시안의 흔적을 찾던 미카코는 지구와 8.6광년이 떨어진 곳까지 가게 되고, 제대로 전해질지도 알 수 없는 메시지를 전송한다. ‘24살이 된 노보루 군, 안녕! 난 15살 미카코야. 있지, 난 지금도 노보루가, 너무 너무 좋아.’ 그로부터 8년 반이 지난 어느 날, 24살이 된 노보루는 15살의 미카코가 보낸 메시지를 받는다. 전송 과정에서 내용이 소실돼 앞의 한두 줄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미카코가 전하고자 한 말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애틋한 감정이 물씬 느껴지는 영화 <별의 목소리>는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기작이다. 각본부터 연출까지 모두 혼자 맡아, 컴퓨터 한 대만을 가지고 제작한 영화이기에 허접하게 보일 수도 있다. 또, 우주까지 메시지가 전송된다는 설정이 터무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공간이 단절된 상황에서도 마음과 마음은 이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는 것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건조해지는 날씨에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시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실시간으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전송 수단이 너무나도 많아진 요즘 세상에서 메시지 하나만으로 깊은 울림을 느껴보는 것은 낯설지만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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