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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 신은재 수습기자
  • 승인 2021.10.11 08:00
  • 호수 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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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푸들, 몰티즈, 포메라니안 같은 귀여운 강아지는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서 우리 품으로 오는 걸까? 최근 반려동물을 콘텐츠로 하는 TV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SNS 계정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사람들은 연예인이 키우는 강아지, SNS 인플루언서의 강아지를 ‘인형같이 예쁘고 귀여워서’ 따라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한다. 유기동물 입양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강아지는 펫샵에서 구매해 집으로 데려온다는 것, 펫샵의 진열된 예쁜 강아지를 만들기 위해 ‘강아지 공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통계적으로 펫샵에서 구매된 강아지는 쉽게 파양과 유기를 당한다. 생명을 이렇게 쉽게 팔고 사도 되는 것일까?

품종견을 만드는 ‘강아지 공장’

‘강아지 공장’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강아지 공장이란, 상업적인 목적으로 강아지를 사육하는 곳을 말한다. 마치 공산품을 찍어내듯 개에게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해 상품성 있는 강아지를 만들어낸다. 판매자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어리고 귀여운 강아지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 매우 비윤리적인 방식을 택한다. 개들은 철창으로 된 뜬 장에 서서 짖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개들이 지내는 좁은 뜬 장은 위생도 처참하다. 배설물은 녹슨 철창 사이로 떨어져 심한 악취를 풍기고 더러운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곳에서는 교배를 위한 암컷과 수컷 품종견들이 지저분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활동량이 많은 대형견도 좁은 뜬 장에서 살고 있으며, 벽에 머리를 박는 등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곳에서 개들은 평생을 뜬 장 안에 갇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생식능력을 잃으면 죽고 만다. 귀여운 강아지들이 있는 펫샵의 뒷모습, 이는 마치 개들의 ‘감옥’과 같다.

강아지는 태어난 지 30~35일째까지가 가장 비싼 값에 팔린다. 펫샵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작은 강아지를 찾는데, 35일을 넘어가면 펫샵에서 몸집이 크다며 사가지 않는다고 한다. 강아지의 몸집이 크거나 외모가 ‘C’급 이하로 매겨져 팔리지 않으면 주변에 분양하거나, 처분한다. 강아지가 생후 25일쯤 되면 젖을 떼고 사료를 먹여 몸집이 커지는 것을 방지한다. 개월 수가 같아도 젖을 먹고 자란 강아지는 몸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료에는 어린 강아지들이 필요로 하는 충분한 영양소가 들어있지 않아 강아지들은 병에 걸리기 쉽다. 게다가 경매에 나가는 어린 강아지들은 생후 40일이 넘지 않아 예방접종이 불가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쉽게 죽는다. 새끼 때는 10마리당 3~4마리 정도가 죽고, 생후 40일을 넘기면 2마리 정도만 죽는다. 이렇게 태어나 성장한 품종견들은 심장질환, 관절질환 등 품종 특유의 유전병을 앓고 있다. 유전적인 다양성이 결여된 상태의 견종끼리 교배해서, 결함 있는 유전자를 계속해서 물려주고 그 유전자가 계속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 공장에서는 계속해서 더 작은 강아지를 만들어낸다. 지난 7월 영국에서는 티컵 강아지(찻잔에 들어갈 정도의 초소형 견)가 눈이 없이 태어났다는 이유로 보호소에 버려져 논란이 있었다. 이 강아지는 무리한 교배로 두 눈이 없고, 자궁과 방광이 붙어있는 채로 태어났다. 그리고 생후 4주가 지나도록 몸무게가 450g이 넘지 않았다. 이에 동물 구호 단체는 “품종견을 분양하지 말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펫샵과 강아지 공장의 폐쇄를 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적 있지만, 아직 펫샵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품종견을 키우는 유명인의 영향력

연예인, SNS 인플루언서들의 강아지는 귀엽고 인형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유명인들은 유튜브, SNS 등 대중들에게 자신의 반려동물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드러냄으로써 얻는 좋은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연예인이 키우는 강아지 종이 뭔가요?’ 하며 반려동물의 품종을 묻고 따라 키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화면 속 강아지의 모습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게 쉽게 품종견이 노출·소비되면 펫샵 분양률이 높아지고 강아지 공장에서는 더 많은 강아지를 생산한다. 그리고 이는 파양과 유기로 이어진다.

반려동물 뷰티 예약 앱 ‘펫미’에서는 2020년 ‘연예인이 가장 많이 키우는 반려견 TOP 5’라며 반려견 종류 조사를 시행했는데, 푸들, 비숑 프리제, 몰티즈, 포메라니안, 치와와 순으로 순위가 높았다. 이는 모두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품종견들이며 SNS상에서도 인기가 많다. 연예인의 영향으로 유행이 된 품종견은 대표적으로 비숑 프리제, 실버 푸들, 장모 치와와 등이다. 포메라니안과 몰티즈도 SNS상에서 유명세를 치르며 유행을 탔다. ‘펫샵에서는 연예인이 키우는 강아지’라며 홍보를 하기도 한다. 유명인이 펫샵에서 품종견을 분양받으면 그의 분양 사진을 매장 곳곳에 걸어두고 홈페이지에 분양받은 연예인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어 두기도 한다. 이렇듯 연예인들이 펫샵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면 펫샵과 강아지 공장은 의도치 않은 홍보 효과로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

 

견종 차별, 블랙 독 증후군과 고통받는 인기 품종견

블랙 독 증후군(black dog syndrome). 검은색을 가진 개의 입양을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2000년대 초반 영미권 동물 보호소에서 유래됐다. 보호소 관계자들은 검은 개가 밝은색 털을 가진 개보다 입양까지의 기간이 더 길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현상을 ‘블랙 독 증후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분석은 검은 개가 나쁜 징조를 뜻한다는 미신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검은 동물은 주로 불길을 상징했다.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자신이 평생 겪어온 우울증을 ‘블랙 독’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으며, 한국 또한 까마귀를 흉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취급한다.

검은 동물, 구체적으로 검은 털을 가진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지우기 위해 동물단체인 케어(CARE)와 한 광고회사가 ‘블랙 독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영상에서 검은 개 한 마리가 세상의 차별을 마주하게 되는 모습을 담으며 검은 개에 대한 평등의식을 제고시켰다. 검은 개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 낯설지 않은 기분이다. 인간을 피부의 색으로 차별하는 인종차별과 그 맥락이 같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피부색으로 우열을 나누고, 그 기준을 동물에게도 적용해 차별하는 인간의 배타성은 가히 놀랍다.

다만 블랙 독 증후군은 인종차별과 다른 양상을 띠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인기 견종에 대한 학대다. 한국에서 반려견을 키운다고 하면 몰티즈, 푸들, 포메라니안, 그리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비숑 프리제까지. 이 네 견종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네 견종은 대체로 작고, 희며 ‘인형 같은’ 외모를 갖고 있다.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견종들도 학대의 현장에 던져져 있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사러’ 간다고 한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입양한다’라는 말로 바꾸고 있지만, 여전히 행동은 대부분 구매로 이어진다. 반려견을 원하는 사람들은 수요를 이뤘고, 수요를 알아차린 이들이 강아지 공장, 펫샵 등의 형태로 공급을 이뤘다. 우리의 반려견은 수요와 공급 안의 상품이 됐다. 공급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어떤 꼼수라도 쓰게 됐다. 인기 견종을 무분별하게 교배해 아주 작은 철창에 가두고 그야말로 강아지 출산 공장을 만들었다. 마치 공장에서 기계로 볼펜을 찍어내듯, 하나의 생명이 상품을 만드는 기계로 전락한 것이다. 공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소비자는 선택을 더 세밀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더 작은, 더 흰, 더 인형 같은 강아지를 원하게 됐고, 생산자는 시장 생태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수요자의 입맛을 맞추는 방법을 찾았다. 덜 먹이고 희지 않고 인형과는 거리가 멀게 생긴 강아지는 무참히 죽여버리며 수요를 충족시켰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드는 생각이 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런 일을 할 수가 있어?” 안타까움에 나오는 개탄의 소리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한 가지 문제를 낳는다. 바로 이 현상이 악한 개인에 의해 발생한 일이라고 규모를 축소해버린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고, 상품과 재화가 오가는 시장 원리에서 본다면 강아지 공장의 형태는 비윤리적이지 않다. 공장에서 TV를 생산할 때 적은 노동력과 자본으로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강아지 공장은 이 ‘당연한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다. 시장생태에서 봤을 때 현명한 선택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즉 생산 과정에서 생명을 다룬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 시장 원리에서는 강아지 생산과 공급은 규제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을 사고판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강아지 공장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은 악한 개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아지를 사고판다는 사고 자체에서부터 생겨난 것이다. 공급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아지를 사고 싶어서 펫샵에 가는 소비자들도 강아지 공장의 학대를 묵인하며 간접적 학대를 행하고 있다.

반려견을 사고파는 문제는 생산 과정에서의 강아지 학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0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험난한 여정을 겪고 주인의 품으로 가게 된 강아지 중 9만5천2백6십1마리가 거리에 유기됐다. 휴가철에 유기견이 급증하는 현상은 이제는 별로 놀랍지 않은 사건이 됐다. 강아지를 상품의 일종으로 생각해 구매한 이들이 강아지를 유기할 때는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하자가 있는 상품(예를 들어 많이 짖는다든가, 병이 생겼다든가 등)을 버린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거대한 학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펫 산업에 변혁이 필요하다. 생명이 없는 상품을 사고파는 시장 원리가 아닌 생명을 다룬다는 중대함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더 세세한 규제가 이뤄지는 시장으로의 변화가 생겨야 고통받는 강아지가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우리, 사지 말고 입양합시다.

결론은 반려동물을 ‘사러’ 간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입양한다’라는 말로 바꾼 것처럼 행동도 바꿔야 한다. 말만이 아니라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수요가 줄면 공급은 당연히 준다. 반려견을 사려는 마음이 없어지면 강아지 공장에서 학대받는 강아지도 준다. 그러니 우리부터 인식을 바꾸자. 강아지는 사는 것이 아니라 입양하는 것이다. 그것이 유기견센터든 전문 브리더(Breeder, 전문 사육사)든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입양하는 행위라는 인식을 정확히 심어야 한다.

강아지 공장과 품종견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는 좋은 현상이며 반려견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 대한 윤리적 인식 제고가 높아지고 있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 이런 변화와는 반대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이 “유기견을 키운다는 것은 대단하다. 전문가들은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유기견을 추천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 반려견을 주제로 한 예능에서 해당 발언을 함으로써 유기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반려인과 유기견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 예비 반려인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가장 우려되는 것은 유기견에 대한 편견이다. 해당 발언만 놓고 보면 유기견은 다루기 어렵고, 전문가도 꺼리는 문제견이라고 인식된다. 이 생각은 유기견은 모두 문제견이고 유기견이 된 이유가 문제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유기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나아가 유기견의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 중 이 발언을 통해 편견이 생겨 펫샵에서 강아지를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방송에 몇 초 나가는 말이지만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연예인이 이런 경솔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만약 장애인에 대해, 혹은 특정 인종에 대해 이런 말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인간은 인간이고 동물은 동물이다. 하지만 모두 생명을 가진 생명체다. 출신과 품종으로 차별당하는 것이 당연한 생명체는 없다. 유기견은 문제견이 아니다. 그리고 유기견은 마냥 불쌍하지 않다. 사랑받으면 얼마든지 사랑을 내주는 존재가 된다. 한 번 혹은 여러 번의 아픔을 겪었지만 그래도 꼬리를 흔들고, 사랑을 베푼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단단하다고까지 느껴진다. 그러니 유기견 입양을 망설이고 있는 당신,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된다. 한 생명의 일생을 책임지는 것은 원래 무거운 것이다. 두려움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유기견이기에 생긴 두려움이라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 유기견도 사랑스러우며 단단하다. 모든 생명이 그렇듯 치유의 능력이 있고 미래를 살아갈 줄 안다. 유기견은 어둡고 문제가 있다는 편견을 지우고 다가가 보자. 그러면 그들도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생명 대 생명으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의 기이한 반려동물 시장이 생명과 생명의 숭고한 만남으로 변화하는 그날까지 사지 말고, 입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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