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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이야기 찾기] 고대 그리스 투구가 우리나라 보물이 된 이유
  • 김동언 기자
  • 승인 2021.10.11 08:00
  • 호수 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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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보물 제904호는 조선 시대의 유물, 삼국시대의 유물도 아닌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이다.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는 2600년 전 기원전 6세기, 우리나라가 고조선일 때 만들어진 청동 투구이다. 특히 이 투구는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에서 7년간의 발굴작업끝에 발견된 매우 귀중한 유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고대 그리스 투구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의 박물관에 전시되고 보물이 됐을까?

이 투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에 의해 우리나라의 보물이 됐다.

손기정선수는 소학교 6학년 때 안의전(중국 안동과 신의주 간 대항경기)에 출전해 어른들을 제치고 5,000m에서 우승했고 1931년 10월에는 전국체육대회(조선 신궁 대회)에 평안북도 대표로 출전해 5,000m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1932년 동아일보 주최 하프 마라톤에서 2위를 하면서 양정고보에 입학할 수 있었고 손기정은 중단했던 학업을 계속할 기회를 얻고 본격적으로 마라톤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선수로서 훈련을 받은 손기정의 실력은 나날이 성장해 1933년부터 1936년까지 13번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고 그중 10번 우승했다. 그리고 이러한 발군의 실력으로 인해 일본의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종목에 출전했다. 손기정 선수는 모두의 예상을 깨는 동시에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까지만 해도 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는 마라톤 우승자에게 실제 그리스 유물을 부상으로 주는 관행이 존재했다. 그러나 손기정 선수가 우승하자 독일 올림픽 위원회는 규정을 들먹이며 손기정에게 부상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손기정 선수는 부상의 여부조차 모르고 있다가 귀국 후 신문 기사를 통해 부상의 존재를 알게 됐다. 올림픽 이후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유물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투구의 행방은 묘연해지게 됐다.

이후 1975년 베를린 올림픽 우승 40주년 기념전시회 때 한 사진에서 손기정 선수의 이름이 적혀 전시되고 있는 투구의 사진이 있었다. 이 사진을 발견한 손기정 선수는 다시 청동 투구를 되찾아 오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 소식을 들은 한 독일 교포 사업가가 독일 현지에서 투구를 찾기 위해 온 독일의 박물관들을 돌아다닌 끝에 그 행방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투구는 당시 서베를린의 샤를로텐부르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손기정 선수의 반환 요구에도 박물관 측은 이를 무시하고 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10년간 반환 요구 끝에 서독 올림픽 위원회는 투구반환을 승인했고 베를린 올림픽 개최 50주년을 맞아 1986년 정식으로 청동 투구를 손기정 선수에게 전달했다. 이후 손기정 선수가 1994년 이를 대한민국 정부에 기증하면서 이후 국립 중앙 박물관에 전시되고 보물 904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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