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사설
때아닌 사상 검증, 뒤떨어진 기업 문화
  • 창원대신문
  • 승인 2021.09.27 08:00
  • 호수 676
  • 댓글 0

최근 한 중소기업 면접 과정 중 면접관이 지원자를 향해 페미니즘에 관한 생각을 묻고, 답변할 때 표정을 보겠다며 마스크를 벗으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면접 지원자 A씨는 면접 내내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주변 남성에게 얘기했을 때 공격받은 적 없느냐’, ‘남자와 여자의 체력은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유리 천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등 업무와 무관한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면접관들은 A씨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다른 지원자에게도 똑같이 물었던 질문이라고 설명했고, “창문을 열었고 저희 다 백신을 맞았다”며 계속해서 마스크를 벗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다.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면접을 봤던 지원자 B씨는 면접관으로부터 ‘여자라서 군대에 가지 않았는데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동아제약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등 크게 논란이 되자 동아제약 측에서는 결국 사과문을 올렸으며 당사의 채용 시스템과 절차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몇몇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적 경험은 통계로도 뚜렷이 드러난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구직자 173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구직자의 21.1%가 면접 과정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9.6%)보다 여성(30.4%)의 비율이 3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구직자들이 직무와 무관한 성차별적 질문을 받아도 이에 항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갑과 을이 명확히 갈리는 면접 상황이기에, 부당한 대우에 항의했다가 되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채용 면접은 업무 능력에 대한 판단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다. 업무를 수행해낼 만한 기술 또는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면접 과정에서 개인의 생각이나 사상 등을 검증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여성 구직자들은 취업 과정에서 업무와 관계없는 결혼, 출산, 남자친구 유무에 대한 질문을 받는 일이 만연하다. 이제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 신종 채용 성차별로 등장한 셈이다. ‘유리천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오히려 유리천장을 더 만들어 보이고 있다.

면접에서 A씨에게 부당한 질문과 요구를 한 해당 업체는 ‘남녀 지원자 모두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령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해도 지원자들의 성별에 따라 느끼는 압박이 달랐을 것이다. 페미니스트라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암시를 주는 행위 자체가 성차별이자 불공정이고 ‘갑질’이다. 지난해 일었던 동아제약 불매 운동에서도 알 수 있듯, 많은 이들이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은 부당하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더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라도 앞장서서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을 방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제도적 측면에서도, 면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원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