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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탐방 ]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 <피프티 피플>
  • 신은재 수습기자
  • 승인 2021.09.13 10:22
  • 호수 647
  • 댓글 0

이야기의 주인공이 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떨까.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가며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여주인공과 남주인공만이 주인공이 아니라면, 그 옆을 지나가는 사람, 방문한 병원의 의사, 나를 못살게 구는 상사가 모두 주인공이라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은 주인공이 오십 명이나 된다. 주연과 조연을 나누지 않고 모든 인물이 주연이었다가 다른 인물의 이야기에 조연으로 등장한다. 이야기에서 이전에 나온 인물을 찾는 것은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재미다.

응급실 의사인 기윤은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는 익스트림한 것을 좋아해 응급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그는 어느 날 목이 잘린 여자아이와 귓속에 벌이 들어간 남자를 진료했다. 목이 잘려 응급실에 온 여자아이는 18살 승희다. 승희는 남자친구가 유부남인 것을 알자 이별을 통보했다. 그의 남자친구는 승희의 집에 찾아와 소리를 지르며 위협했고 케이크 칼로 승희를 해쳤다. 승희의 엄마인 양선은 오래된 케이크 칼을 버리지 않은 자신을 탓했고 승희의 친구인 나은은 승희를 떠올리며 승희의 물건을 따라 샀다. 승희가 아르바이트하던 베이글 가게의 단골이던 윤나는 승희의 소식을 접하고 공황 발작을 일으켰다. 윤나는 대학에서 시를 쓰는 강사였는데 싱크홀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그 뒤로 공황장애를 앓았다.

성진은 병원의 보안요원이며 얼마 전 소화기내과와 정신과 폐쇄병동이 있는 9층으로 이동했다. 얼마 뒤 이곳에는 반사회성 인격장애 환자인 한정이 입원했는데 성진은 한정이 난동을 부릴 때마다 한정을 제압하는 일을 했다. 한정이 그의 누나인 한영에게 폭력을 가할 때마다 한정의 부모님은 모른척하며 방관했고 한정이 포크를 던져서 한영의 눈 밑을 찢기게 한 후에야 한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그 뒤로 한영은 집을 나와 동성애자인 친구 연지와 룸메이트로 생활했다.

마지막에는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극장에 모였다가 화재가 발생하면서 극장을 탈출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화재 발생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인물, 그에 도움을 받는 인물, 헬기로 사람들을 구조하는 인물 등 모든 인물이 결국엔 서로 연결된다.

<피프티 피플>에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헤어짐을 고하자 살해당한 18살의 여자아이, 빗길에서 미끄러진 트럭에 사고를 당한 남자,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여러 인물이 나온다. 이를 통해 책 속에서 현실적인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사회문제를 인물들의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층간소음 피해, 직장 내 괴롭힘, 가부장제의 지속,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 등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들을 가볍게 풀어냈다. 그리고 개인들이 겪는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에 대해 내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접근할 수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무겁고, 어렵고,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인물로 사회문제에 관해 이야기하여 관심을 유발하도록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주인공 중 한 사람이라도 자신과 닮은 인물을 마주할 수도 있다. 본인이 장밋빛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해 구태여 슬퍼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이야기 속에 주연이고 조연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어떨까.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책 속의 여느 주인공들처럼 이겨내기를, 생각지도 못한 문제라면 이제부터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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