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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자발찌 찬 사람이야!
  • 창원대신문
  • 승인 2021.09.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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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금),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한 거리에서 50대 남성이 지나가는 여성에게 “나 전자발찌 찼는데, 죽여버릴까?”라며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지난달 22일(일)에도 유사한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하여 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전자발찌 연쇄살인범’까지 나오게 됐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전남 장흥에서도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성범죄 전과자를 열흘 넘게 찾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사건들을 보며 드는 의문이 있다. 전자발찌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자발찌는 전과자의 행동반경만 제한할 뿐, 허용된 반경 안에선 어떤 범죄를 저지르는지 바로 알기 어렵다. 형 집행 후 전자발찌를 착용한 경우는 대개 강력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라는 것인데, 그들을 그저 감시당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만으로 통제가 가능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전자발찌 연쇄살인범’으로 알려진 강 씨는 보안 시스템 전문가로 사칭해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 접근하는가 하면 교도소 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언론에 제보 전화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14차례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고위험 전과자임에도 보안전문가, 인권운동가를 사칭해 자유로이 거리를 활보했다. 강 씨가 자칭 인권운동가로 활동할 당시 한 언론사에 전화로 제보한 내용은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제보의 주된 내용은 교도소 내의 인권 침해와 대기업의 횡포, CCTV의 범죄 예방에 대한 의문과 보호감호 처분에 대한 인권 침해였다. 그러면서 자신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보호감호 재집행을 받아 억울한 심정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전자발찌의 효용성과 훼손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올해만 해도 11명이 전자발찌를 훼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로 아파트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한 40대 남성, 자신이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임을 오히려 협박의 소재로 삼아 행인을 두려움에 떨게 한 50대 남성 등 그저 범죄자의 표식으로써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는 전자발찌 제도에 대해 회의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무부는 “한국형 전자발찌”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범죄 발생 현황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법무부 장관은 사죄의 말을 남겼고, 고위험대상자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따른 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며 전자발찌를 더욱더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전자발찌는 지난 12년 동안 다섯 차례의 성능 개선이 이뤄졌는데, 우레탄 재질에서 스테인리스 스틸과 금속 철판으로, 지난해부터는 긴 철판 대신 얇은 철판 7개로 바뀌는 등 여러 차례의 개선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전자발찌의 견고함에 대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자발찌 훼손 건수는 매년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범죄를 저지른 강 씨 또한 최신 버전의 견고한 전자발찌였다. 즉, 전자발찌 훼손은 견고함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저 견고함만 개선하면 더 강한 무기를 이용해 끊으면 될 뿐, 이미 훼손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훼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상 전자발찌 훼손에 대한 처벌은 징역 7년 혹은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돼 있다. 그러나 판례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벌금형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징역형일 경우 평균 9개월 수준이었다.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그 행위에 대해선 무게를 두고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훼손 후 범죄를 저지르면 그제야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이 집행된다. 이로써 전자발찌는 재범 방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범죄자도 인간이며 모든 인간은 존엄성을 가진다. 이 점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형 집행이 완료된 전과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는,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한 것은 또 다른 범죄의 예방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러나 전자발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음은 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면 그제야 허술한 보호처분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예방이 목적이라면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다양한 사례를 예측하고, 물체 자체의 견고함이 아니라 시스템의 견고함을 계속해서 개선해야 하지 않나’라는 개인적인 아쉬운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탁상공론에서 이뤄지는 논의가 아닌 범죄 현장 상황에 맞는 전자발찌 시스템이 구축돼 시민들의 안전한 생활이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보장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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