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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의 선순환, 돈쭐내러 왔습니다!
  • 추재웅 기자
  • 승인 2021.09.13 08:00
  • 호수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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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인해 우울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2년이 다 되는 시간 동안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나 자영업자들과 판매직 종사자들은 가게 문을 닫거나 다른 일을 병행하는 등 경제적인 타격이 크다. 희망적인 소식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선행을 베푼 사장님들이 ‘돈’으로 ‘혼쭐’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지친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준다.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돈쭐’현상, ‘돈쭐’내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디서 오는지, ‘돈쭐’나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돈쭐’의 어원과 시초

앞서 서론에서 언급한 대로 ‘돈쭐’이라는 말은 ‘돈’과 ‘혼쭐’을 합친 신조어다. 소비자들이 타인에게 본보기가 되는 선행이나 나눔을 행한 자영업자의 물건을 팔아줘 돕자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 단어의 시초는 2019년 7월, 홍대 입구의 한 파스타 전문점의 점주가 구청에 방문했는데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라는 것을 처음 봤다고 한다. 이 카드가 결식아동들에게 약 5천 원의 식대를 지급한다는 걸 안 점주는 5천 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해당 카드를 지닌 아동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해당 글은 빠른 속도로 SNS상에 퍼졌고, 미담만 퍼지던 예전과 달리 소비자들은 직접 가게를 방문해 ‘돈쭐’을 내러 갔다. 그리고 이 일을 기점으로 인터넷상에서 ‘돈쭐’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기 시작했다.

 

‘돈쭐’난 사람들

‘돈쭐’이라는 말이 생겨난 후 찾아온 코로나 19시대, 펜데믹 현상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선뜻 선행을 베풀어 더욱 화제가 된 사장님들이 있다.

 

작년 초, 고등학생인 김 군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7살 터울 동생과 함께 할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 나이를 속여가면서까지 택배 상하차 등의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돈을 벌고 있었다. 어느 날, 어린 동생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떼를 써서 김 군은 수중에 있는 5천 원을 들고 동생과 치킨 골목에 들어갔다. 치킨 5천 원어치만 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며 거절당하던 와중, 한 치킨집 점주는 머뭇거리던 두 형제를 봤고, 가게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제일 맛있는 메뉴를 대접했다. 그 후 점주는 형제에게 돈을 받지 않고 사탕을 쥐여 보냈다. 그 후 동생은 형 몰래 치킨집을 몇 번 더 찾아갔음에도 그때마다 점주는 치킨을 무료로 제공했다. 어느 날은 머리가 긴 동생이 안쓰러워 미용실에 데려가 이발도 시켜줬다고 한다. 그 당시 코로나 19로 인해 치킨집 점주 또한 월세가 밀리는 등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1년 뒤인 올해 2월 김 군은 치킨집 본사에 이 사실을 적은 손 편지를 보내면서 미담이 세상에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바로 ‘돈쭐’을 내기 시작했고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까지 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대신 결제만 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 인천의 한 피자집 사장님이 ‘돈쭐’났다는 소식이 전국에 퍼졌다. 기초생활수급자 A 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피부병을 앓고 있는 딸을 키우고 있었고, 코로나 19로 직장을 잃은 상태였다. A 씨의 딸은 생일날 피자, 치킨을 먹고 싶다고 말했지만, 계좌잔고가 571원밖에 남지 않아 생일상을 제대로 마련할 수 없었다. 과거 몇 차례 주문했던 한 피자가게에 주문하며 “7세 딸을 혼자 키우는데 당장 돈이 없어 부탁드립니다. 20일 기초생활비 받는 날 드릴 수 있습니다. 꼭 드릴게요”라고 사정을 전하며 음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도착한 피자 상자에는 “부담 갖지 마시고 또 따님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해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A 씨는 자신의 사연을 한 공중파 방송사에 제보했고 이 선행이 보도되면서 점주는 ‘돈쭐’이 나고 있다. 평소 1, 2건 들어오던 주문이 보도 다음 날 67건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A 씨 부녀를 돕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A 씨는 당장 급한 요금 낼 정도만 받고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쓰이도록 모두 기부했다. 피자집 점주 또한 ‘돈쭐’로 번 돈을 기부했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프로야구 구단 선수가 많은 양의 피자를 주문하고, 그 구단은 구장 배너광고에 가게 홍보를 해주기도 했다. ‘돈쭐’이 선행의 선순환이 된 모범답안이라 볼 수 있다.

 

자영업자는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는 충북 진천군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진천몰’이 크게 ‘돈쭐’이 나고 있다. 지난달 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 정부는 일명 ‘미라클 작전’으로 과거 한국 관련 기관에서 일하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우여곡절 끝에 데려왔다. 그리고 임시 생활시설로 결정된 곳이 진천인데, 그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진천군은 코로나 19 창궐 직후 우한 교민 이송 때도 사람들을 수용했던 곳인지라, 이를 보고 감동한 사람들은 국격을 높여줘 감사하다며 ‘진천몰’에서 주문을 폭주시켰다.

 

이처럼 ‘돈쭐’현상은 단순히 미담을 퍼 나르고 점주들에게 금전적인 이익만을 가져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한 영향력의 확산을 통한 사회현상 그 자체가 되고 있다.

 

MZ세대 소비의 특징과 ‘돈쭐’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착한 기업’ 등을 추려 이들에게 소비를 집중하는 형태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 트렌드다. 미닝아웃이란 ‘신념’(meaning)과 ‘나오다’(coming out)의 합성어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드러내는 활동을 말한다. 이런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는 주로 MZ세대에게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로 통칭하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이다. 이들은 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보인다. ‘돈쭐’현상은 MZ세대 소비자들이 이제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경제 주체로서 활동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앞서 소개한 자영업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거나 선행을 한 기업에 대해서도 흔쾌히 지갑을 연다. 반대로 경영진의 갑질 등 논란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이콧’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불매운동을 하기도 한다.

MZ세대가 가치소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이유는 자신의 참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선한 영향력’을 중시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SNS가 발달하면서 어떤 문제에 관한 공론화가 이전보다 수월해졌으며, ‘미투’운동이나 ‘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대표되는 사회 운동에 참여하기도 쉬워졌다. 또한,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돈쭐’현상이 사회에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이다. 점주나 기업에 ‘돈쭐’을 내고 티를 내지 않는다면 단순히 개인의 기부에 그칠 것이다. 사회를 움직이기 위해선 선행과 그 선행을 알리는 행위도 분명 필요하다.

 

애매하게 따라하다간 ‘혼쭐’난다!

어설프게 시류에 편승해서 그럴싸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나 MZ세대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만을 바라보며 그럴싸한 포장에 속지 않는다. 보다 적극적으로 그동안 기업들이 어떤 행적을 가지고 왔는지 자세히 지켜본다. 더는 그럴싸하게 거짓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쉽게 말해서 기회주의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처음부터 ‘돈쭐’이 나고 싶어서 선행을 베푼 이들은 당연히 없다. 평소에 자신이 해왔던 사소한 행동들이 쌓여서 뜻하지 않게 받은 선물이다. 그런데도 ‘돈쭐’이 나고 싶다면 국내 요식업의 대가인 백종원 대표가 본인의 TV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한 말을 새겨듣도록 하자. “처음에는 척이었지만 칭찬받다 보니 사람이 변한다. 생활에서도 척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한다. 착한 척을 하다 보니 실제로 착하게 살 수밖에 없어 착한 삶을 살게 됐다는 것이다. ‘돈쭐’이 나고 싶다면 오늘부터 미리미리 착한 척 살아가는 게 좋겠다. MZ세대들은 이때다 싶어서 기회를 노리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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