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기획 기획
코리아, 파이팅!
  • 강명경 기자
  • 승인 2021.09.01 08:00
  • 호수 674
  • 댓글 0

지난 7월 23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2020 도쿄 올림픽이 개최됐다. 2020 도쿄 올림픽이라는 이름을 달고 2021년에 막을 올리게 된 일명 ‘코로나 시대 최초의 올림픽’은 많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스포츠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며 막을 내렸다. 위태위태했던 시작부터 뜨거웠던 마지막까지, 2020 도쿄 올림픽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도쿄 올림픽 연기와 무관중 경기

2020 도쿄 올림픽은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그 까닭은 역시나 코로나 19 때문이었다. 2020년 초, 갑작스럽게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코로나 19 확산의 위험 때문에 몇몇 나라들은 올림픽 불참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올림픽을 취소할 것인지, 연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역사상 올림픽이 취소된 적은 단 세 번뿐인데, 그 세 번은 모두 세계대전으로 인해 취소됐던 경우였다. 만약 도쿄 올림픽이 취소됐다면 전쟁이 아닌 다른 이유로 취소된 첫 번째 올림픽이 되는 것이었다. 그 후,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조직위원회가 도쿄 올림픽을 2021년 중으로 연기함에 합의했음을 알렸다. 올림픽의 명칭은 ‘2020 도쿄 올림픽’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으며 개막일은 2021년 7월 23일로 정해지면서 정확히 1년 뒤로 미뤄지게 됐다. 미국 경제 전문지에서는 이번 도쿄 올림픽이 역대 최고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된 것 외에도 한 가지 더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지난 7월 8일, 일본의 긴급 사태 선언으로 주 개최지인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과 홋카이도, 후쿠시마현은 무관중 경기가 열리는 것이 확정됐다. 시즈오카현, 미야기현에서의 경기는 정원의 50% 또는 최대 1만 명까지의 관중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바라키현은 낮 경기에 한해 학교 학생들의 단체 관람만 허용했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도 올림픽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인 만큼 모두가 아쉬워했지만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에 이러한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도쿄 올림픽을 둘러싼 각종 논란들

힘겹게 막을 올린 2020 도쿄 올림픽, 진행 과정은 순탄했을까? 안타깝게도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말았다. 가장 먼저 올림픽의 출발을 알리는 개막식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MBC의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 국가 소개에 부적절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문구가 등장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국가 설명 부분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의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삽입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모독이며 국제적으로 큰 문제가 될 만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또 아이티를 소개할 때는 폭동으로 인한 화재 현장 사진을 삽입했으며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문구를 적어 또 한 번 논란을 빚었다.

한편 올림픽 선수촌에서는 시설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선수촌에 쓰일 침대를 골판지로 만든 것이 논란이 됐다. 침대의 외형만 봐도 품질이 떨어져 보였기에 올림픽 재정을 어디에 쓴 거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제조사 측에서는 2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으며 안전을 보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뉴질랜드 선수들이 촬영해 SNS에 올린 영상을 보면 한 선수가 침대에 앉자마자 침대가 휘어지기도 하며, 우리나라 역도 국가대표인 진윤성 선수도 침대가 부서진 영상을 SNS에 올렸다. 이로 미뤄 볼 때 제조사 측의 주장을 완전히 믿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은 침대의 경량화 및 재활용이 용이한 친환경성을 이유로 이런 침대를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골판지 침대여도 조금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욱일기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9월 3일,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욱일기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가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욱일기 자체는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금지 품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독일 나치와 다름없는 발상이라며 지적했다. 특히 일본의 침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크게 반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정부는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보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문제가 발생할 시 사안별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대로 욱일기 사용이 별다른 제재 없이 넘어가는 것인가 했으나 이를 뒤엎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9일,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해 현수막을 제작한 한국 선수단에 대해 일본이 반발을 일으킨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해당 현수막을 철거하는 대신 욱일기 반입 금지를 요구했고, 결국 도쿄 올림픽 폐막식 이후 다시는 올림픽에서 욱일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는 공식 서한을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올림픽을 빛낸 대한민국 선수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을 빛내준 것은 스포츠 정신으로 완전무장한 대한민국 선수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던 몇몇 종목과 선수들을 살펴보자.

<양궁>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쟁취한 여섯 개의 금메달 중 네 개의 금메달이 바로 양궁에서 나왔다. 가장 먼저 혼성 단체전에서 김제덕 선수와 안산 선수가 이번 대회 대한민국의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힘차게 출발했다. 이들은 각각 만 17세, 만 20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김제덕 선수가 경기 내내 외친 “코리아 파이팅!”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이후 여자 단체전에서는 강채영 선수, 장민희 선수,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고 남자 단체전에서도 오진혁 선수, 김우진 선수, 김제덕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마지막으로 개인전에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안산 선수가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내면서 또 한 번 대한민국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안산 선수는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사상 최초 양궁 3관왕이자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배구>

‘식빵 언니’로 잘 알려진 배구 대표팀 에이스 김연경 선수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도쿄에서 펼쳐졌다. 지난 배구 경기 성적들을 보면 2012 런던 올림픽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패하며 아쉽게 4위로 끝났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네덜란드에 패해 8강 탈락으로 마무리됐었다. 이처럼 아쉽게 메달 문턱을 넘지 못했던 배구 대표팀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메달에 도전했다. 그러나 상황은 지난 두 대회보다 녹록치 않았다. 배구 대표팀의 핵심 멤버였던 레프트 이재영 선수와 세터 이다영 선수가 학교폭력 논란으로 인해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제명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로는 본선 진출 가능성도 불확실하다며 제명당한 두 선수를 다시 불러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들은 팀워크를 단단히 다져 완벽히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줬다. 예선 경기에서 케냐, 도미니카 공화국, 일본에게 승리하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8강전에서 터키를 3:2로 이겨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준결승에서 브라질에게 패해 아쉽게도 메달권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싸운 대표팀의 모습만큼은 국민들의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동안 국가대표 여자 배구팀은 항상 세계적인 배구선수인 김연경의 ‘원맨팀’이라는 평을 받아왔지만, 이번 올림픽은 김연경을 필두로 센터 양효진, 라이트 김희진, 레프트 박정아, 리베로 오지영 등 모두 훌륭한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었다. 그 결과 올림픽 초반 목표였던 8강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메달보다 값진 가치

대한민국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최종 16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메달만 놓고 볼 때는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저조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반응은 그리 차갑지만은 않았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 35㎝로 4위를 기록한 우상혁 선수는 3위 선수와 단 2㎝ 차이로 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높이뛰기 기록을 24년 만에 경신하기도 했다. 우상혁 선수는 경기 후 “높이 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자신의 SNS에 소감을 남겼고, 댓글창은 곧 “내 마음속 금메달은 바로 당신”, “이번 올림픽 최고의 선수” 등의 선플로 가득 찼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럭비 대표팀은 5전 전패로 꼴찌를 기록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네티즌들은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경기였다”며 “파리 올림픽에서 만나요” 등의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이처럼 오로지 금메달에만 목매던 이전과 달리,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림픽 성적을 국격과 동일시하던 민족주의적 경향이 과거보다 옅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올림픽 관전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명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