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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근이세요?
  • 남예은 기자
  • 승인 2021.06.07 08:00
  • 호수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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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세계화는 개인의 상품 구매 범위도 넓혔다. 어떤 상품의 판매국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그것은 상관이 없어진 지 오래다. 너무나도 쉽게 해외 직구를 할 수 있게 됐으며 구매할 수 없는 상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도 아이러니하게 2019년, 근거리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당근마켓”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타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 비해 상당히 인지도가 낮았으나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혹시‧‧‧ 당근이세요?”라는 용어까지 유행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시대에서 동네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당근마켓이 어떻게 급성장하게 됐을까?

당근마켓의 탄생과 급성장

당근마켓이란 한국에서 개발한 생활 정보 애플리케이션이다. 대표적인 이용 목적인 중고거래이며 지역업체의 홍보와 동네에 대한 질문과 답변, 부동산 매물에 관한 정보, 구인·구직 등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동네의 주민이라면 누구나 게시물을 올릴 수 있으며 실시간 채팅이 가능해 1 대 1 거래가 용이하다. 당근마켓은 2015년 설립 이후 2018년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19년에 들어서는 누적 다운로드 수 600만, 월 방문자 수 250만 명을 이루었다. 2021년 현재, 주 이용자 수가 1천만 명이 넘었고, 월 이용자 수는 1천 5백만 명, 누적 가입자는 무려 2천만 명에 달한다.

2019년 11월에는 영국에, 2020년 11월에는 미국에 진출했으며 지난 2월에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다양한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거래 플랫폼은 당근마켓 탄생 이전부터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 가장 규모가 큰 “중고나라”와 “번개 장터”를 위주로, “헬로마켓”, “마켓인유”, “메루카리”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중고 거래가 이뤄져 왔다. 중고거래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품목은 전자기기이다. 전자기기는 고가의 제품이 많기에 상대적으로 싸게 구매할 방법을 찾으면 중고 상품의 구매를 고려하게 된다. 전자기기와 더불어 거래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품목은 한정판 패션 아이템이다. 한정판 패션 아이템은 출시됨과 동시에 품절이 되는 품귀현상이 나타난다. 몇몇 구매자들은 수용과 공급의 불균형을 이용해 한정판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웃돈을 얹어 판매하며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중고 거래는 기본적으로 누군가 이미 사용한 물건 혹은 서비스를 되파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 비율이 90%가 넘는다. 또한, 판매와 구매가 광범위해 직거래보다는 주로 택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판매자는 이 점을 악용해 판매 사기를 꾀하기도 했다. 직거래가 아닌 이상 판매자가 게재한 사진과 제품 사양 외에는 구매할 제품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싼 가격과 판매자에 대한 일방적인 신뢰에 기반해 거래가 이뤄지기에 사기를 치기 최적화된 거래 형태이다. 가장 보편적인 사기 방법은 고가의 상품을 싼 가격에 구매했다가 택배를 받아보니 벽돌이 들어 있는 경우, 게임기를 구매했는데 상자만 배송된 경우이다. 이처럼 중고거래를 통해 상품을 구매했다면 돈을 지불하고 판매자가 물건을 잘 보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은 중고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다. 값싼 가격으로 불안한 거래를 하느니 값을 좀 더 주더라도 확실하게 제품이 보장된 일반 거래를 선호했다.

택배 거래가 아니라 직거래로 구매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해 직거래를 위주로 중고 거래를 행한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익명의, 그리고 광범위한 지역의 불특정한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기에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로 중고 직거래를 가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도 보도됐다. 

 

커뮤니티로서의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이러한 중고거래의 단점을 아주 간단하게 해소했다. 거래의 범위를 “우리 동네”로 좁혀 이웃 간의 중고거래로 그 형태를 바꿨다. 이는 단순한 공간의 축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한 거래 범위의 축소는 상대적인 안전을 보장했다.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구매가 알 수 있는 판매자의 정보는 닉네임과 아이디, 거래 횟수뿐이었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동네 중고 거래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판매자의 거주 지역을 알 수 있게 됐다. 이 정보는 판매자도 의식할 만한 개인 정보가 됐고 자신을 특정할 수 있는 주요한 정보가 노출된 만큼 거래 사기를 시도하는 이들이 줄어들었다.

당근마켓의 동네 인증 제도는 안전과 함께 끈끈함이 동반됐다. 거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동네 이웃과의 정서적 교류가 발생해 이웃 간의 정이 생겨났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정서적 고립감을 호소하고 있는 이들이 증가했다. 이들이 당근마켓의 거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교류가 이뤄졌으며 확장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까지 느끼게 됐다. 즉 당근마켓은 단순히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티가 된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게재되는 글 중 “같이 밥 먹을 친구 찾아요!” 혹은 “함께 운동하고 노래방도 가실 편한 친구 찾습니다”와 같이 “친구”를 찾는 글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이는 당근마켓이 물질의 거래에서 심리적 교감을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확대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점

직거래 위주 플랫폼이라고 해도 사기꾼은 여전히 존재한다. 당근마켓 내 거래를 이용하지 않고 외부 링크를 이용한 거래를 유도한다거나 다양한 수법을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역으로 구매자의 소위 “진상짓”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당근 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크게 이슈화됐다. 좋은 마음으로 이웃에게 무료 나눔을 하기 위해 글을 올렸는데, 이에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부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 예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용자가 떡볶이가 너무 많이 남아 선착 7인까지 무료 나눔을 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이 게시물을 본 많은 이용자의 채팅이 쏟아졌고 떡볶이 7인분이 모두 소진됐다. 소진됨을 알리고 나니 선착 7인에 들지 못한 이용자들의 비난성 채팅과 무리한 부탁 등이 쏟아져 해당 이용자는 당근마켓에 더는 무료 나눔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한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판매자가 책정한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사정을 봐달라는 둥, 학생이라 궁핍하다는 둥 자신의 사연을 말하며 구걸하듯이 상품을 거저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용자들이 점차 늘어나 당근마켓의 본래 취지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작년 10월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글이 올라왔다. 글의 내용은 26주의 신생아를 2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었다. 해당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서귀포지역 당근마켓에 아이를 입양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가격은 20만 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이 황당한 게시글을 본 이용자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해당 글이 캡처돼 온라인에 퍼졌고, 해당 사건이 경찰에 신고돼 용의자를 특정해 한 20대 여성을 체포했다. 해당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정신적 판단이 미숙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게재한 글이라고 해명했으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사전 검열을 거치지 않고 아무 제재 없이 글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 때문에 판매되는 상품과 올라오는 글의 내용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앞으로의 행보

당근마켓은 “우리 동네”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끝까지 간직한다면 무궁무진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이미 포화상태지만 당근마켓의 차별점인 동네 커뮤니티의 역할을 잃지 않는다면 짧게 인기를 끌고 사라질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당근마켓의 예상치 못한 인기몰이가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개인주의가 심화해 고립주의의 세상이 돼버린 탓에, 세상과 단절된 이들이 증가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만나 감정적 교류를 이루는 것이 이제는 찾아서 해야 하는 일이 됐다. 지구촌 사회가 됐지만, 그 안에서 정서적 교류는 배제됐다. 지구 반대편 거래처와 화장 미팅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물어보기에는 심리적 거리가 너무나도 먼 사회로 변화했다.

당근마켓과 같이 지역 공동체 교류의 장이 될 만한 플랫폼이 앞으로 꾸준히 개발돼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교감하는 개인이 됐으면 하는 기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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