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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다고 무시하지 말아요!
  • 창원대신문
  • 승인 2021.05.24 08:00
  • 호수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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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대학생이 된 지금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는 것 외에는 큰 감흥이 없겠지만 분명 몇 년 전에는 며칠 전부터 신이나 부모님께 선물을 요구하고, 놀러 갈 계획을 세웠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포털 검색창에 ‘어린이’를 검색하면 ‘어린이 기준’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여전히 어린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어린이라서 용서되기도 하고, 학원 빠질 궁리나 하며 별 걱정 없이 지냈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유치원 가방을 멘 아이가 귀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뜻만 묻어있는 용어를 요즘은 비하하는 말을 쓰기도 하고, 소외시키기도 한다.

‘O린이’라는 신조어를 알 것이다. 어린이의 합성어로 주식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주린이’, 헬스에 서툰 사람을 보고는 ‘헬린이’라고 하는 듯이 무언가를 이제 막 시작한 초보를 일컫는 말로 최근 널리 쓰이고 있다. 서울 시민청에서 어린이날 캠페인으로 ‘O린이날’ 신조어 공모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어린이에겐 좋지 않은 표현이라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O린이’는 어린이를 서툴고 미숙한 존재로 한정한다. 밥을 몇 그릇 더 먹었고, 며칠 더 살았다면 무언가를 더 잘할 수 있고, 삶의 지혜가 더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무지하고 불완전하다는 것은 편견이다. 국제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도 O린이를 차별의 언어로 봤다. 세이브더칠드런은 ‘O린이’는 아동을 대상화하는 언어이며 사회적 약자인 아동의 언어를 빼앗는 차별 행위이고 아동의 동의 없이 어른들이 빌려 자신을 배려해 달라는 데 사용하고 있다. 한 세기 전 아동의 자리를 찾기 위해 사용됐던 ‘어린이’라는 말은 어른들에 의해 왜곡되고 심하게는 아동을 모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어린이는 당시엔 아이를 아해놈, 애녀석 등으로 낮춰 불렀는데 그러지 말고 존중을 담아 부르자며 만들어진 말이다. 늙은이, 젊은이와 같이 어른을 지칭하는 표현과 비슷한 어린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O린이’라는 표현은 이런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표현이다.

‘노키즈존’도 논란의 대상이다. 카페나 식당에서 어린이와 어린이와 함께하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란을 일으켜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게 주인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는 피부색, 인종, 성별 등과 같은 선상의 연령차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 방침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어린이를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또한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영업의 자유 보다 우선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어린 시절이 있다. 철없이 부모님 속을 썩였을 수도 있고, 뛰어놀기보다 책 읽기를 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유년기 시절의 기억은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준다. 대부분 트라우마와 가치관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사회가 나서서 긍정적 성장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소외되는 기억들이 많아진다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해외에서는 ‘웰컴 키즈’가 유행이라고 한다. 어린이를 환영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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