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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는 망언하지 않았다!
  • 남예은 기자
  • 승인 2021.05.09 22:26
  • 호수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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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는 몰라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망언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망언이라고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망언을 했다는 일화가 사실 만들어진 사건이었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었나?

마리 앙투아네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란츠 1세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사이에서 난 막내딸로, 프랑스와의 동맹을 위해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했다. 왕비로 재위하는 동안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38세의 생일 2주 전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린 시절 자유분방하게 자랐다. 오스트리아의 예술적 풍토에서 자란 그는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으며 하프 연주에 소질이 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왕비의 자리에 오르게 된 건 당시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의 위협을 받고 있어 전통적 외교 관계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그의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는 그동안 적대국이었던 프랑스와의 동맹을 강화하려고 마리 앙투아네트와 왕세손 루이와 정략결혼을 맺게 했다. 그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나이는 14살이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프랑스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직면했고 기상이변으로 농업 생산량이 급감해 물가마저 폭등하게 됐다. 서민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농민과 노동자들은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여성들이 빵을 달라고 외치며 폭동을 일으켰고, 이 폭동 과정에서 그 유명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망언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마리 앙투아네트가 해당 발언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이는 당시의 혁명 세력들이 왕실은 무지하고 사치스럽다고 과장하기 위해 만들어 낸 말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2021년 현재까지도 무지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왕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 망언이 지금까지 전해지게 된 건 장 자크 루소의 자서전인 <고백록>에 적힌 일화 때문이다. <고백록>에는 “어느 지체 높은 공주”에게 농민들이 먹을 빵이 없다고 말하니 그 공주가 “브리오슈를 먹게 하세요”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기록돼 있다. 루소는 “어느 지체 높은 공주”를 특정 인물로 지칭하지 않았고, 이 일화는 꾸며낸 일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기록이 확대하여 해석되고 엉뚱한 의미가 부여돼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상 가장 무지한 왕비가 됐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 망언을 했다는 것은 신빙성도 굉장히 낮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생전 아낌없이 자선을 행했고, 가난한 자들을 불쌍히 여겼다. 또한 해당 글이 쓰였을 때의 그의 나이는 아주 어렸었고, 심지어 프랑스에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루이 16세와 결혼할 때부터 프랑스인에게 “오스트리아 계집”이라고 불렸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오랜 전쟁으로 앙숙 관계였기 때문에, 왕비가 된 마리에 대해 반감을 내비친 표현이었다. 막내딸로 태어나 천진난만하게 살아가다가 이해관계에 의해 정략결혼을 하게 되고, 앙숙 관계였던 나라의 왕비가 됐다는 이유로 마리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온갖 추문에 시달렸다. 1793년 마리와 루이 16세가 세워졌던 혁명재판에서도 재정 낭비는 물론이고 아들과의 근친상간을 했다는 죄명까지 받았다.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들이니 루이 17세는 고작 7세였으며 그의 증언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마녀사냥을 위한 최적의 대상이다. 격변하는 상황에서 순진한, 타국의 어린 여자아이. 물어뜯고 할퀴기 가장 좋은 존재였다. 천진난만하고 자유롭던 그 아이는 미움 속에서 10대를 보냈고, 괴상망측한 죄명까지 더해져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만약 그가 지금 태어났더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리고 지금의 마리 앙투아네트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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