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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엽기적인 그녀>
  • 임현진 기자
  • 승인 2021.04.26 08:00
  • 호수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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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박자와 귀를 찌르는 멜로디 등 신나는 댄스곡이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맥락으로 디지털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아날로그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마련이고, 아날로그는 디지털 시대에서 피어난 색다른 향수로 자리 잡는다. 무엇이든 빠르게 성장하고, 편리함의 속도가 마케팅의 척도가 되는 세상 속에 우리는 ‘느림’과 ‘천천히’가 주는 편안함을 원해가고 있었다.

느린 박자, 피아노와 기타 뿐인 반주 속에 가수의 목소리만이 귀를 간지럽히는 7080의 노래는 그 시절에 살지 않은 세대에게도 그 시절의 향수를 묻힌다. 부모님의 책장에는 먼지를 닦아낸 CD가 있다. 그 CD는 아빠의 손이 닿는 조수석 앞 서랍에도 있고, 차를 타고 어디 갈 때마다 하나씩 뽑아 듣는 재미가 있다. 기자는 2001년생인데, 살면서 어렴풋이 많이 듣던 신승훈의 ‘I believe’가 2001년에 나온 노래라고 한다. 신승훈의 젊은 시절과 기자의 탄생은 떨어지는 낙엽이 땅에 닿는 그 순간 만큼이나 아슬아슬 짧게 겹치지만 기자는 잔잔하고 섬섬한 가사와 멜로디에 편안함과 아련함을 느꼈다.

가끔 그 시절에 살았다면 CD 속 노래들에 공감 섞인 향수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영화 OST인 ‘I believe’를 들으면 “견우야 미안해”라는 대사가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이자 명장면으로 화자되기 때문이다. 노래만큼이나 영화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개봉 당시 기자는 1살이었으므로 당시의 열광을 몸소 느끼지는 못했지만 개봉 이래 20년이 된 지금까지도 기자의 또래 친구들 마음 속에 순수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심어준 영화이다.

푸른 나무 아래 그 시절만의 아날로그가 묻어있는 여름, 그 시절만의 연락망과 데이트는 무엇이든 빠르게 처리되는 현재와는 다른 설렘을 지니고 있다. 문자 몇 통으로 이뤄지는 사랑의 속삭임이 아닌 기다리고 발로 뛰어 사랑을 확인하던 시절을 담은 ‘엽기적인 그녀’는 당시의 향수를 추억하는 세대뿐만 아니라 그 시절만의 설렘이 궁금한 기자의 세대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아날로그 요소들이 부각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용과 상황에 잘 스며들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엽기적인 여자와 순정적인 남자의 운명적인 첫 만남과 결말이 있었기에 영화의 청량하고 아련한 영상미가 더 잘 돋보였다. 구두로 발이 아픈 여자와 자신의 운동화를 바꿔신고, 비오는 날 비를 맞으며 울고, 같이 타임캡슐을 뭍고 2년 후 만나자는 약속을 끝으로 꼬박 2년을 기다리는 등 그 시절만의 사랑법이 엿보이는 장면들 속 설렘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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