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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미니멀리스트인가요?
  • 남예은 기자
  • 승인 2021.04.05 08:00
  • 호수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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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유튜브에는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영상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업로드되고 있으며 tvN에서도 나만의 공간인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기획 의도로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를 방영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니멀 라이프라는 하나의 생활 형태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우리의 삶에 변화를 불러왔다. 한국의 일상에 스며든 미니멀 라이프. 이 생활 형태의 유행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미니멀 라이프란?

미니멀 라이프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 말이다.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도 말하며 심플 라이프와 단순한 삶의 동의어이다. 미니멀 라이프의 특징은 자발적으로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과 등을 줄여 본인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며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서 생활이 단순해지고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는 삶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미니멀리즘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사람을 “미니멀리스트(minimalist)” 즉 최소한으로 소유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미니멀 라이프의 유행

일본의 미니멀 라이프 유행은 한국보다 앞섰다. 일본의 미니멀리즘 열풍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일본 국민들은 고강도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고, 가구가 부서지고, 자신이 모았던 물건에 파묻혀 탈출하지 못하는 광경을 봤다. 대규모 재난을 겪으며 평생의 모아온 물건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이들은 소유에 허무함을 느꼈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됐다.

2016년, 일본의 미니멀리즘 유행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사사키 후미오의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가 인기를 끌었고, 미니멀리즘을 담은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됐다. 한국에 미니멀리스트 바람이 불게 된 것에는 경기 불황과 경제 저성장의 장기화,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불황과 저성장 시대의 지속으로 소비의 수준이 낮아졌다. 비혼율의 증가와 고령화의 심화로 1인 가구가 늘어났으며 몸만 겨우 누일 수 있는 집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내 집 마련”이 하나의 꿈이 된 현실에서 물건의 소유는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 돼버렸다. 사람들은 점차 소비와 소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가졌다. 이들은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즘을 주장했다. 미니멀리즘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좋은 수단이었다.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면 소비로 인해 생겨나는 쓰레기가 줄어든다. 현재는 이러한 환경주의자들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병행해 미니멀 라이프가 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라이프로 확장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미디어 속 미니멀 라이프

미디어 속에 녹아 있는 미니멀리즘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와 <숲속의 작은 집>, <바퀴 달린 집>, 그리고 <여름방학> 등과 같이 자급자족 생활과 최소한의 소비로 생활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는 최소한의 필요를 위한 물건 외에는 모두 처분하는 모습을 담으며 미니멀 라이프의 유행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닌 물건이 사는 집이 돼버린 가정을 방문해 필요를 위한 물건, 욕구를 위한 물건, 버려도 무방한 물건을 나눠 필요에 의한 물건만 남기고 처분해버린다. 정리를 통한 인테리어를 내세우며 이미 구비된 가구의 효율적인 배치와 최소한의 소유로 집을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좀 더 과거로 가서 <김생민의 영수증> 프로그램이 미니멀라이프 유행의 큰 기폭제가 됐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생민이 신청자의 영수증과 연예인 게스트의 영수증을 보며 소비한 물건에 대한 필요를 물으며 최소한의 소비를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며 시청자를 미니멀 라이프에 동참하게 했다.

TV 매체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에도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비운 후의 삶”, “없는 것이 취향이다.” 등의 글귀를 내세우며 미니멀리즘 생활을 하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업로드하고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정보를 다른 미니멀리스트들과 공유한다. 이들은 영상을 게재함으로써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문외한이던 사람들에게는 실제 미니멀 라이프 생활을 보여주며 동참을 이끌고, 미니멀리스트들에게는 팁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한다.

미니멀라이프의 의미 퇴색

미니멀 라이프는 소비를 위한 소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 경제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 건강한 생활 양상이다. 소비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물건의 소유에 대해 질문을 거듭하며 자신이 중심이 된 생활을 통해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비움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강박적 비움을 행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충분히 비웠음에도 더 비워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일상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도 쓰레기통으로 넣게 된다. 결국 소비의 주체, 나아가 삶의 주체가 돼 삶의 만족감을 높인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생활에서 주체가 미니멀리즘으로 바뀌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미니멀 라이프의 공유에서 비롯된 부작용이 있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미니멀리스트 중 영상 게재가 목적이 돼 보여주기식 생활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미니멀 라이프 영상임에도 미니멀리즘을 위한 제품 구매를 강조하고 미니멀리스트는 다 이 제품을 쓴다며 소비를 조장하는 일부 콘텐츠로 인해 미니멀리즘의 본래 취지를 거스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미니멀 라이프 유행을 통해 새로운 생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한 제로 웨스트 운동을 병행하는 형태의 생활과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라는 이름의 극적으로 비움을 강조하는 생활까지, 다양하게 확산하며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된 미니멀리즘은 좋은 현상이긴 하나, 미니멀리즘의 본래 취지를 기억해야 한다. 소비에서의 주체성을 되찾고 나아가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한 생활. 즉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을 새겨야 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정답이 아니다.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며 강요할 권리도, 의무도 없다. 비움에 대한 기준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하더라도 비판할 근거는 없다. 타인의 삶에 집중하기보단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형태로 미니멀 라이프를 이어나가는 것이 건강한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소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자신이 세운 기준으로 물건을 비우며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외부의 시선이 아닌 자신과 자신의 공간에 집중한 생활을 하는 것이 진정한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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