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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열정과 현실사이
  • 김민경 기자
  • 승인 2020.11.09 08:00
  • 호수 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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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페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이는 어려운 취업현실을 대변하는 신조어로, 무급 혹은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대가를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형태를 비꼬기 위해 주로 쓰인다.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다양한 스펙을 쌓으려 동분서주하는 청년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열정페이의 현 주소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대학 커뮤니티인 와글만 봐도 하루에 공모전과 대외활동 모집공고들이 수십개가 올라온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현장실습, 인턴의 기회를 잡기위해 자기소개서를 써내려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고글을 보면 이들이 기울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돌아오는 보상은 그리 크지 않다. 아니,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위한 스펙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해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청년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누구를 위한 대외활동인가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매년 초 서포터즈 혹은 SNS 기자단을 모집하는 대외활동 공고를 올린다. 보통 기업의 이미지 개선이나 그들이 출시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겉으로는 청년들은 기업의 분위기, 상품 전략들을 배우고 기업은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상생하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매년 대외활동을 해오고 있는 목지우(신문방송 17) 씨는 “정말 하고 싶었던 대외활동이지만 막상 합격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가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사전 취재교육이나 컨텐츠 제작방법들에 대한 교육도 없이 매달 자신만의 컨텐츠를 제작하라고 하면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대외활동을 하고싶어도 지급되는 활동비가 취재를 위한 교통비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적을 땐 내 돈을 주고 기업홍보를 해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나 목 씨와 같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늘도 대외활동에 여전히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취업을 위한 스펙을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서는 희생을 해서라도 경험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단순 컨텐츠 제작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직접 거리에 나가 시민들과 소통하며 결과물을 도출해야하는 활동, 봉사활동, 설문조사 등 시간과 거리에 있어 비교적 큰 비용이 들어가는 활동들도 해내야한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대학생의 청춘과 열정이 있어 가능한 것’이라며 땀과 노력을 ‘열정’이라는 핑계로 보상 없이 부추기고 있다.

 홍보와 마케팅이 더욱더 중요시되는 사회가 오면서 대학생들의 SNS와 컨텐츠 제작능력들은 기업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고 싶어한다. 사회에서는 이러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면 평등한 자격을 부여받겠지만 적어도 대학생이라면 기업 앞에서는 을이 될 수 밖에 없다. 점차 침체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 속에서 스펙 없이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에서 대외활동을 수료한 학생들에게는 취업 시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서류전형 통과 등의 혜택을 주기 때문에 더더욱 포기할 수가 없다. 

 

 현장실습과 노동 그 사이

 현장실습에서도 열정페이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실직적인 직무 경험을 학교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배우기 위해 실시되는 현장실습은 규정상 실습지원비 지급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7일(수) 국회 교육위원회의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3년간 대학생 현장실습 현황’을 보면 지난 해 현장실습을 이수한 학생 12만 6064명 중 실습비를 지원받은 학생은 7만 5131명(59.6%)다. 약 40%의 나머지 학생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실습에 임한 것이다.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요건 중 현장실습은 필수항목이다보니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대학들은 학생들을 현장으로 내보내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과마다 일부 차이는 존재하지만 해당 단과 혹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사업단 및 프로그램에 따라 실습비가 지원된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실습지원비는 대학과 실습기관이 자체 협의 후 결정을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실습비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원비는 나 몰라라 하면서 실습 이수비율은 학교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에 항목으로 포함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여름 방학동안 현장실습을 다녀 온 익명의 학생은 “3학년이라 학교에서 연결해준 기업으로 현장실습을 다녀왔다. 학교와 달리 전공과 관련된 내용을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굉장히 들뜬 마음으로 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직원들은 자기 할 일이 바빠 학생들을 잘 신경써주지 못했고 업무를 제대로 익히지도 전에 무작정 일거리를 내주는 모습이 그들에겐 꽤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냈지만 실제로 얻어가는 것은 별로 없었고 실습이 끝났을 때 받은 돈은 최저시급의 반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차라리 알바를 해서 돈을 더 많이 벌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점점 심해지는 ‘열정페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달 14일(수)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7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현장실습을 ‘표준현장실습학기제’와 ‘자율현장실습학기제’로 구분하고 표준현장실습학기제일 경우 참여 학생에게 직무가 부여된다면 실습지원비를 의무적으로 지급, 이는 최저시급의 75% 이상으로 책정해야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또한 실습을 가는 학생들의 구체적인 교육기간을 실습기간의 10%이상 25% 이내로 규정하고 직업계고 학생에 한정해 이뤄졌던 학생을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의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규정이 생겨나면서 열정페이 속에서 둔갑하고 있던 현장실습의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의 경우는 활동비 혹은 보상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학생들의 노동력을 스펙 한 줄이면 살 수 있다는 기업 혹은 단체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기업이 취업과 스펙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단순 홍보수단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계속된다면 대외활동은 그저 속이 텅 비어버린 알맹이로 전락해 버리게 된다. 대학교의 반복되는 과제와 수업을 벗어나 좋아하는 일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현재의 대학생들에게도,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나갈 청년들에게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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