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문화탐방] 자신만의 속도 찾기 <걷기왕>
  • 강명경 수습기자
  • 승인 2020.11.09 08:00
  • 호수 664
  • 댓글 0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다. 찬 공기를 느끼고 있자면 어쩐지 생각이 많아진다. 난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 걸까.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남들보다 뒤처진 건 아닐까. 이런 잡생각을 없애고 싶을 때 가장 좋은 것은 가만히 앉아 영화를 보는 것이다. 지나치게 슬프거나 자극적인 영화는 적합하지 않다. 편안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가 좋다. <걷기왕>은 기자의 이토록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영화였다.

주인공 만복이는 멀미가 너무 심해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할 수 없는 고등학생이다. 그래서 왕복 네 시간 거리의 학교를 걸어 다닌다. 그런 만복이가 어느 날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경보 선수에 도전하게 된다. 이후 만복이가 경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고 훌륭한 경보 선수로 거듭난다는 내용이었다면 빤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만복이는 경기 중에 주저앉고 만다. 심지어 그대로 누워 하늘을 보며 행복하게 웃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만복이 역시 처음부터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열정과 오기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러나 경보 연습을 하는 동안 깨달았다. 친구도, 선배도 모두 자신의 꿈을 좇아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 때문에 경보에 집착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만복이에게 승패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걸을 만큼 걸어본 만복이였기에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숙고의 시간을 통해 성장한 만복이는 자신의 특기인 걷기를 경보 대회가 아닌 도보 여행을 통해 마음껏 발산하기로 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안 되는 걸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꼭 끝까지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해 준다. 사실 오랜 시간 모든 걸 쏟아 부어 노력한 일을 한순간에 포기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포기하는 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 있어서는 적당한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만의 속도 안에서는 포기도 낙오가 아닌 잠깐의 휴식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치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찾아 그 속도대로 찬찬히 꿈을 향해 나아간다면 길 끝에서 우리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혹은 포기하든 간에 만복이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명경 수습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