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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이야기 찾기] 노비가 먹던 떡
  • 강선미 수습기자
  • 승인 2020.10.05 08:00
  • 호수 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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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살찌는 계절, 추석. 추석은 음력 8월 보름으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고 해서 한가위라고도 한다. 추석이 되면 많은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가 차례를 지내고,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안부를 주고받는다. 이렇게 오순도순 모이는 정겨움 속에서 우리는 송편, 토란국, 모둠전 등의 맛있는 명절 음식도 함께 즐긴다. 그중에서 송편은 추석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음식이다. 그런데 과연 송편을 추석에만 먹었을까?

 송편은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콩, 깨 등의 소를 넣고 모양을 만들어 찐 떡으로, 특히 가을을 상징하는 떡이라 일컫는다. 그래서 “가을 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 맛은 솔 내에서 온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추석에 먹는 송편은 ‘오려 송편’이다. 오려 송편은 올벼로 만든 송편으로, 제일 처음 수확한 햅쌀과 햇곡식을 반달 모양으로 빚어 추수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차례상과 묘소에 올렸다.

 송편은 ‘머슴 날’에도 먹었다. 조선 궁중에서는 농사를 시작하는 음력 2월 1일을 ‘중화절’이라 일컬었다. 민가에서는 이날에 농사를 잘 지으라는 뜻에서 머슴과 노비에게 나이 수대로 둥근 옥모양의 송편을 주었다. 그들은 이날을 ‘머슴 날’, ‘노비일’이라 불렀고 이 송편을 ‘노비 송편’, ‘나이떡’이라 하였다. 언제부터 노비 송편을 먹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에 대한 모습은 <경도잡지(京都雜誌)>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나타난다. 두 문헌에는 “이월 초일일부터 농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대보름날 세워 두었던 화간을 풀어 솔잎 깔아 떡을 만들고 나이만큼 노비들을 먹인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러한 풍습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이 수대로 떡을 받은 노비와 머슴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풍물을 즐겼다고 한다.  

 추석과 머슴 날에 송편을 먹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소나무의 기운을 받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속설에 있다. 옛날부터 소나무는 장수와 절개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솔잎으로 찌는 송편은 그야말로 최고의 음식이었다. 또 솔잎으로 떡을 싸면 변형 없이 오래 떡을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송편은 추석에만 먹었던 음식이 아니었으며, 선조들의 정성과 염원이 담긴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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