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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낭만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질 쓰고파” 위 가사는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중 일부다. 시대를 막론하고 대학생들이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변주곡으로, 노래는 저마다 가진 이상적인 대학 생활을 뭉게뭉게 그린다.

나는 <칵테일 사랑>을 들을 때마다 마로니에의 목소리가 늦여름 같다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낮엔 더워 반팔을 입어야 하지만 밤엔 추워서 웃옷을 걸쳐야 하나 고민하는 계절. 그 선선함이 좋아 미진하게 보여도 ‘늦은’ 여름이라고 불러 붙잡고 싶은 계절과 <칵테일 사랑>의 목소리는 닮았다. 가사가 품은 낭만은 한때 낙관적이고 푼수 같아 유치하다 느꼈다. 치열하게 보내야 할 하루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들으며 아침 햇살을 만끽”하는 여유는 내게 없어서, 대학생들의 낭만은 과거에만 있었던 따뜻함이라고 단정했다. 

2020년 2학기 코로나 시대엔 마음이 울적해도 거리를 걸으면 안 된다. 향긋한 칵테일 찾으러 술집에 가는 건 위험하다. 시가 있는 전시회는 이미 취소됐다. 우리는 가사의 한 음절씩 무너지는 나날을 지내오고 있다. 올해 나는 군 전역 후 ‘복학’을 했다. 어떤 새내기는 ‘입학’을 했고, 누군가는 ‘편입학’을 했고, 다른 벗은 ‘휴학’과 ‘퇴학’ 사이를 고민했을 것이다. 코로나의 긴 상흔이 남은 학교에 복학 원서를 제출하며 마로니에 <칵테일 사랑>을 다시 듣는다. 마음 울적한 날에 거리를 걸어볼 수 있는 게 큰 힘이 된다는 걸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으로 느낀다. 코로나 시대에 가닿은 <칵테일 사랑> 속 화자는 또다시 로망으로 남는다.

9월엔 두 번의 큰 태풍이 한국을 지나며 큰비를 쏟아 우릴 더 힘들게 했다. 그리고 <칵테일 사랑>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창밖에는 우울한 비가 내리고 있어. 내 마음도 그 비 따라 우울해지네. 누가 내게 눈부신 사랑을 가져다줄까. 이 세상은 나로 인해 아름다운데.” 아직 남은 태풍이 오고 있는 뉴스는 우리를 또다시 울적하게 만든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마지막 가사처럼 그래도 이 세상은 나로 인해 아름답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우울한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그런데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분명 눈부신 사랑을 안겨다 줄 것이다.

 

장우찬/인문대·국어국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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