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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우리들의 외침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9.12.09 08:00
  • 호수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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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다사다난했던 대한민국. 그 중심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었다. 국민청원은‘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를 철학으로 하는 청와대의 직접 소통책이다. 국정 현안이나 사회적 이슈를 골자로 하는 만큼,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이 힘을 모아 세상으로 외친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며, 2019년을 되돌아보자.

 

청와대 국민청원이란?

청와대의 국민청원(이하 청원)은 청와대와 국민간의 직접 소통 중 하나로서,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이상 추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각 부처 및 기관의 장, 대통령 수석·비서관, 보좌관 등)가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청원이라고 해서 모두 등록되는 건 아니다. 동일한 내용으로 중복 게시된 청원은 최초 1개 청원만 남기고 숨김 처리 또는 삭제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욕설 및 비속어를 사용한 청원 ▲폭력적, 선정적, 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담은 청원 ▲개인정보, 허위사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된 청원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입법부·사법부의 고유 권한과 관련한 내용으로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할 소지가 있는 청원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내용 등 중앙 정부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벗어난 경우 ▲청원 주요 내용이 허위사실로 밝혀진 경우 ▲인종, 국적, 종교, 나이, 지역, 장애, 성별 등 특성과 관련 있는 개인, 집단에 대한 차별 및 비하 등 위헌적 요소가 포함된 청원은 답변이 어려운 점 참고하길 바란다.

한편, 청와대 및 정부에 대한 민원·제안 및 공익신고·고발 등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이용해 주길 바란다.

 

청와대 대나무숲?

흔히 SNS상에서 익명의 힘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공간(혹은 계정)을 대나무숲이라 칭한다. 이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설화와 관련이 있다.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안 미용사가 그 사실을 차마 어디에 퍼뜨릴 수 없어, 전전긍긍하다가 아무도 없는 대나무숲에서 혼자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친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듯이 그날 그의 외침은 바람을 타고 마을에 퍼져나간다. 이렇듯, 대나무숲은 어디서 말하기 어려운 자신의 고민이나, 부당함 등을 고발하는 장소를 상징하게 됐다.

최근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이 실시한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9.3%이 국민청원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없다와 기타는 각각 44.5%와 6.2%였다. 이런 지표가 보여주듯, 청원은 하나의 트렌드처럼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의 가정사 등 당초의 취지와는 관련 없는 사적이고 신변잡기적인 내용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국민청원은 ‘청와대 대나무숲’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싸움의 장?

앞서 언급한, 청원은 청와대 대나무숲이라는 비판뿐만 아니라 정치싸움을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자유한국당 정당해산과 더불어 민주당 정당해산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들은 주요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높은 청원 동의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조국 파면과 조국 수호를 둘러싼 청원들이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현 대한민국의 정치개혁과 국정 현안의 현명한 해결을 위한 청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건강한 정치와 청원 문화를 위해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편향된 청원은 지양해야 한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의식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귀 기울이다.

지난 9월 25일(수) 첫 청원 답변을 이후로 현재 125개의 청원이 답변을 받았다. 한 해 동안, 청소년 보호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소방공무원 국가공무원직 전환 등 다양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의 원래 취지가 국정 현안 및 우리 사회의 이슈를 다루는 데 있는 만큼, 청원은 우리 사회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내년 4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는 등 이런 청원을 통해 우리사회가 큰 변화를 맞기도 했다. 이렇듯, 청원은 우리 사회의 지표가 되는 동시에 이를 변화시키는 시발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중 4가지의 주요 청원을 통해, 대한민국의 2019년 그 한 해를 되돌아보려 한다.

 

제1호 답변 청원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있습니다. 반드시 청소년 보호법은 폐지해야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청소년보호법이란 명목하에 나쁜짓을 일삼는 청소년들이 너무나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라며 청원은 시작됐다. 작성자는 최근에 일어난 부산 사하구 여중생 폭행 사건을 필두로, 대전 여중생 자살사건,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울산 남중생 자살사건, 전주 여중생 자살사건 등을 예로 들며, “기사화 된 것들은 SNS와 언론에서 이슈화 되어서 그나마 가해자들이 경미한 처벌이라도 받았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범죄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괴롭힘 등으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고 평생을 트라우마로 살아갑니다. 이 ‘트라우마’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이해를 못할겁니다”라며 청원을 이어나갔다. 경미한 폭행이나 괴롭힘, 왕따여도 더욱 더 구체화하고 세분화하여 징계를 내려야 이런 범죄를 줄일 수 있을 거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대가 많이 지남으로써 청소년들의 사춘기 연령대는 더욱 더 어려지고 있고 신체발달, 정신적발달등이 빨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것이 그들을 어리다고 할 수 만은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대통령님께 어리고 힘없는 피해자 청소년들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청소년 보호법의 폐지를 공론화 해주시기를 간곡히 바라고 청원합니다”라며 청원을 마무리했다. 해당 청원은 296,330명이 참여하며 당시 조국, 윤영찬, 김수현 수석의 답변을 받았다.

 

제2호 답변 청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

임신은 여성 혼자만의 일이 아니며, 낙태죄에 대한 책임을 묻더라도 더이상 여성에게만 독박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청원이 올라가 화제가 됐다. “이 나라 여성들은 사회의 구성원이며 당당히 나라의 케어를 받아야할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현재 119국에서는 자연 유산 유도약(미프진)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약은 12주 안에만 복용하면 생리통 수준과 약간의 출혈으로 안전하게 낙태가 됩니다. 그러나 현행법으로 의한 불법 낙태 수술을 받을 경우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수 있을정도로 위험성이 있습니다. 현재도 암암리에 낙태 수술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의료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가 있을까요?”라며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또한, “현재도 아이를 키우기 힘든 이 나라에서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과연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계획 없이 태어난 아이들이 어떻게 가정에서 사랑받고 케어받고 자랄 수 있을까요? 그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의 미래는 절대 밝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야할 국민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국민의 행복과 안전이 더 중요한것 아닐까요? 국민들이 제대로 된 계획에 의해 임신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될때 행복하게 살수 있으며 그로 인해 더 많은 출산을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며 청원을 끝마쳤다. 해당 청원은 235,372명의 참여를 받았으며 한국 사회내에서 낙태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로 인한 다양한 시위들이 이어졌으며, 낙태죄 위헌 판결에 대한 촉발제가 됐다.

 

제107호 답변 청원 “버닝썬 VIP룸 6인을 수사해 주세요.”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여러 사건들 중 하나인, 일명 ‘버닝썬 사건.’ 이는 서울특별시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 및 경찰 유착·마약·성범죄·조세 회피·불법 촬영물 공유 혐의 등을 아우르는 대형 범죄 사건이다. 작성자는 “버닝썬 사건 관련 최초 고발 내용은 폭행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음란물과 관련된 범죄 및 세금포탈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되었음에도, VIP 룸에 있었던 6인에 대해서 수사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마약과 관련된 부분은 친고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인지된 순간 검경이 움직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들의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조사를 억제한다 하더라도, 마약 사용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버닝썬 사건의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 청원은 213,327명의 참여를 받으며 당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후에 이 사건은 경찰과의 유착관계까지 번져나갔으며, 비단 버닝썬뿐만 아니라 여러 클럽 등에서 이뤄지던 유사 범죄 근절까지 확대됐다.

덧붙여, 원래 청원 만료일로부터 한 달 내 답변을 해왔으나, 이번 청원의 경우 청원 만료일 한 달째인 지난 6월 10일 당시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으로 더 충실한 답변을 위해 한 달간 답변을 연기한 바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전 경찰의 역량을 결집하여 단속한 결과 약물 이용 성범죄 및 불법 동영상을 촬영, 유포한 피의자 161명을 포함, 마약류 사범 3,994명을 검거하여 그중 920명을 구속했다”며 “이번 버닝썬 관련 수사결과가 미흡하다는 국민들의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여 경찰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청원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최근 많은 방송 등에 언급되며, 회자되고 있는 민식이법. 이는 지난 9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과속 차량에 치여 숨진 민식이의 이름에서 따온 법이다. 이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 발생시 3년이상 징역, ‘12대중과실’ 교통사고 사망 발생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성자는 이 민식이법뿐만 아니라, 해인이법, 한음이법 등 오랜 시간동안 제정되지 못하고 계류되고 있는 다양한 교통법규 발의 촉구를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법안들 사이에서 빛을 바라지 못하는 겁니까? 아이를 더 낳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원합니다. 국민의 안전, 특히 어린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의무이며 정치권의 의무이자 어른들의 의무입니다. 최소한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 될 수 있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미래가 부모님들이 지어주시는 그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일하는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 국회의원님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 모두가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청원을 마쳤다.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민식이법이 언급되면서, 제정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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