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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9.12.09 08:00
  • 호수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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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어떤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청춘? 낭만? 젊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그런 삶을 상상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런 20대 사이에서 영정사진을 찍고 유서를 써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죽음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20대가 왜 벌써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고 영정사진 찍고 유서를 써보게 됐을까?

여기에 무슨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헬조선? N포세대?>

20대가 영정사진 찍는 이유에 갑자기 헬조선, N포세대라는 말이 왜 나오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말들이다. 그렇다면 헬조선과 N포세대의 정확한 뜻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헬조선은 지옥을 의미하는 ‘헬(hell)’과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조선’을 결합하여 만든 말로,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가 어려운 한국 사회를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20대는 이런 사회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려고 한다. 그게 바로 N포세대라는 단어이다.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부터 5포 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7포 세대(5포 세대+꿈, 희망)까지. 시간이 갈수록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는 청춘들은 이제 삶에 대한 의욕도 잃어가고 무기력해진다.

대학생을 예로 들어보자면 고등학교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를 올라왔는데 여기서도 공부해야 되는 끊임없는 경쟁에 시달린다. 휴학해도 쉬는 것이 쉬는 것이 아니게 되고 자격증을 따고 대외활동을 하는 등 쉴 수 있는 틈이 별로 없게 된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20대들은 영정사진을 찍음으로써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시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대해 가까워지면서 살아갈 의지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내일이 없다면?>

20대가 이른 영정사진을 찍는 또 다른 이유는, 만약 내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제대로 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휴대폰에서 잘 나온 사진을 찾아내서 걸어둔다고 한다. 이런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해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신의 얼굴 사진을 잘 찍지 않는 사람들은 신분증 사진이나 증명사진이 영정사진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대체로 그 사진이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신분증 사진이 맘에 들지 않거나 웃고 있지 않은 사진을 본 사람들은 ‘마지막 사진인데 내가 행복해 보였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보인다.

청년들의 영정사진을 주로 찍는 사진작가 홍산은 “내가 예기치 못하게 죽게 됐을 때, 내 마지막 모습이 사람들이 느끼기에 안타깝거나 비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이 행복했고 마지막 사진을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래서 죽기 전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때만 볼 수 있는 모습을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영정사진을 찍게 되면, 죽음에 대비할 수 있고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인 것을 깨닫게 된다. 죽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으로 보고 자신의 삶을 더 알차고 보람차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되돌아보다>

영정사진을 찍는 것과 동시에 같이하게 되는 것이 유서를 써보는 것이다. 유서를 쓰는 특별한 양식은 없지만 대체로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내가 살아있을 동안 고마웠던 사람에게, 미안했던 사람과 소중했던 사람에게 이전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써 내려간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주변인들이 자신에게 미쳤던 영향을 알게 되고 그 사람들과의 추억을 되새겨보고, 함께 있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유서를 쓰고 나서는,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반성하고, 말을 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느낀다. 또한, 글로 써 내려 간 진심을 전달한다. 고마웠던 사람에게는 고마워를, 미안했던 사람에게 미안해를. 자신의 마음을 속으로만 간직하지 않고 직접 표현하는 것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다.

자신을 되돌아봄과 더불어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하여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되고 주변 또한 되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된다.

 

20대가 영정사진을 찍고 유서를 쓰는 이유는 대체로 자신을 위로하고, 돌아보고, 죽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20대의 삶은 낭만적이고 활기가 가득할 거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대들은 대부분 오늘을 위해 살아가지 않고 미래를 위해 살아간다.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제 한 번쯤은 현재를 위해 잠깐의 휴식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그 휴식을 통해 언제 닥칠 지 모르는 죽음을 대비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그동안 감사함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 전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휴식과 취업의 갈림길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4학년에게 물어봤다. 과연 20대 중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나이로 볼 수 있는 4학년은 20대의 모습과 영정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지은(회계 17)

Q. 20대가 영정사진을 찍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20대가 영정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잘살아 보려고 찍는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나이일 때 멋진 한 컷 정도 남겨두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한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 걱정에 스스로 실망하고 자격지심을 드는 날이 많고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영정사진을 찍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다시 힘낼 수 있는 원동력과 날 더 사랑할 힘이 생길 것 같다.

 

Q.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는지?

죽음에 대해 딱히 두렵거나 무서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돈이 많건, 적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미래엔 무조건 찾아오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해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는 날이 많아지게 되다가 갑작스레 죽음이 찾아오게 되면 지금까지의 삶이 덧없이 느껴질 것 같아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도 하루의 일과를 최대한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자신이 만약 영정사진을 찍는다면 어떤 느낌일 것 같나?

지금 내 나이가 졸업을 앞뒀기 때문에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나이라고 생각해서 울컥하는 마음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취업하나를 목표로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아직도 갈 길이 많은데 영정사진을 찍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뭐를 위해서 달려왔지’라는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오늘을 즐겁게 보내고 싶은 힘이 생기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Q. 자신의 영정사진은 어떤 모습이 되고 싶나?

대부분의 장례식은 어두운 분위기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나의 장례식은 슬퍼하고, 처지는 분위기보다는 좀 더 밝은 분위기였음 한다. 그래서 나의 영정사진은 최대한 밝게 웃는 모습이 되고 싶다. 사람들이 나의 영정사진을 보고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보다는 웃는 모습을 보며 하늘나라 가서는 여기보다 더 재밌게 지내겠다고 생각을 했으면 한다.

 

Q. 그럼 죽고 난 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항상 따뜻하게 기댈 수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좋았던 일 혹은 안좋은 일이 일어나도 한결같이 그 사람을 똑같이 대해주고 응원해주고 힘이 돼주었던 사람으로 말이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서 위로를 받았던 만큼 나도 그 사람의 힘든 일을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며 힘든 점을 나누고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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