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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이름의 파렴치한 사기극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9.11.25 08:00
  • 호수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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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당신의 소녀, 소년에게 투표하세요”라는 카피를 내걸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프로듀스101>. ‘국민프로듀서님’들의 소중한 한 표로 누군가의 꿈을 이뤄준다는 이 프로그램은 많은 화제를 낳으며, 2019년 <프로듀스X101>시리즈까지 연이은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빛이 있으면 그와 동시에 그늘진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보여주듯, 이른바 프로듀스 시리즈는 프로그램 방영 당시부터 악의적인 편집과 투표수 조작 문제 등 다양한 구설수에 휘말렸다. 특히나, 이런 편집과 투표수는 출연자들과 팬들이 바라는 ‘최종 데뷔’와 직결된 만큼 민감한 문제였다. 결국, 지난 7월 시즌4 <프로듀스X101>의 마지막 생방송에서 공개된 득표수가 특정 숫자의 배수로 설명된다는 시청자들의 분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팬들은 자발적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결성해, 제작진과 소속사 관계자들을 사기와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경찰은 CJ ENM 사무실과 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를 통해서, 제작진이 조작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CP와 안PD는 구속됐고, 시즌3 <프로듀스48>과 시즌4 <프로듀스X101>에 대한 조작 혐의를 시인했다. 처음에는 시즌1과 2에 대한 조작은 부인했으나, 지난 15일(금) 이 두 시즌에 대한 조작을 인정했다. 또한, 안PD는 1년 6개월 동안 수 십 차례에 걸쳐 술 접대를 받은 것으로 전해져,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대다수 사회의 기본이 되는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스스로 증식하는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체제이다. 모든 것은 시장에 내놨을 때 ‘얼마에 팔릴 수 있냐’하는 가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당연하게도, 그리고 씁쓸하게도 우리의 노동력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노동력은 상품으로 전락하고, 인간은 하나의 부품처럼 여겨진다. 자본가들이 임금을 주고 노동력을 구매해, 이윤을 창출하는 지본주의 질서 하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꿈을 위해 자는 시간까지 아껴가고, 밥 먹을 시간을 줄여서라도 연습을 하는 출연자들의 치열함 또한 그저 시청률과 수익을 위한 상품이 될 뿐이다. 이런 현상만 놓고 봐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지만, 정작 더 분노하게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들은 국민 프로듀서들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의 이행이라는 약속을 어겼다. 제작사와 기획사 사이의 모종의 거래가 있다면, 애초부터 국민프로듀서의 존재의의가 없지 않은가? 마치, 우리들의 선택으로 무엇인가 바뀌는 것처럼 꾸미고 연출한 건, 엄밀한 의미에서 시청자 기만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출연자들 그리고 이들로 대표되는 많은 이들의 꿈을 돈과 맞바꾼 것이다. 아무리 우리 세계가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해도 이렇듯 꿈을 빌미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명백한 사기다. 누군가는 마땅히 있어야할 자신의 자리를 뺏기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부당한 방법으로 거머쥐었다. 최종 투표를 통해 선발된 이들이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하이라이트를 보낼 동안 누군가는 무대를 영영 떠나는 결심을 했을 지도 모른다. 억울한 이들을 위해서는, 제작진의 약속 이행을 위해서든, 어떤 이유이든간에 다시는, 이런 꿈이라는 이름의 파렴치한 사기극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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