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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이야기 찾기] 흔해 빠진 랍스터
  • 김기은 기자
  • 승인 2019.11.25 08:00
  • 호수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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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는 고급 음식이라는 인식이 많은 사람에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랍스터가 예전에는 “빵이 없으니 랍스터를 먹어라”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천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귀한 랍스터가 과거에는 왜 홀대 받았는지 알아보자.

1620년 메이플라워호가 102명의 청교도를 태우고 영국을 떠나 북아메리카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플리머스에 정착했다. 매사추세츠 주의 해안가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랍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엄청난 수의 랍스터들이 해안가에 기어다녀 바다의 바퀴벌레라는 별명까지 붙여졌다고 한다. 심지어 너무 흔해서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식용하는 대신 밭의 비료로 사용하거나 낚시에서 미끼로 쓰거나 집게발을 잘라 낚시 바늘로 썼다.

미국이 독립하기 전 영국의 식민지 시절이었을 때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랍스터가 값싼 음식이라는 이유로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에게 자주 공급했다. 이를 이유로 농장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후, 당시 매사추세츠 주의 정부가 고용주와 노동자들이 합의하게 하였다. 노사협상을 벌이던 고용주와 노동자가 협상을 끝내고 노동계약서에 서명을 하면서 파업은 끝났다. 계약서의 내용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랍스터를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라는 내용이었다. 1622년에는 플라이머스 플랜테이션의 농장주였던 윌리엄 브래드포드 주지사는 농장에서 일하는 정착민들에게 “여러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식사는 따뜻한 빵 대신에 물 한잔과 랍스터 밖에 없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랍스터는 ‘가난의 상징’이자 주로 가난한 집 어린이나 하인들이 먹는 음식이었고, 죄수들에게는 질리도록 공급됐던 요리였다.

하지만 미국에 반해 예전부터 유럽에서는 랍스터가 고급 요리 취급을 받고 있었다. 1세기 무렵 로마에서 발간된 요리책에는 랍스터 조리법과 그에 어울리는 와인이 소개됐고 15세기 이후에는 유럽 곳곳에서 랍스터 요리법에 관련된 문헌이 발견됐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이후부터 랍스터가 흔한 음식에서 탈피하게 됐다. 랍스터 통조림이 생겨나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랍스터가 많은 사람에게 소비됐다. 랍스터가 알을 낳으면 부화하기 어렵고 전염성에 취약하다는 문제로 유통과정이 복잡했다. 이러한 이유로 수량에 비해 수요가 많아 랍스터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접하기가 힘들게 되면서 지금의 랍스터와 같은 인식이 사람들에게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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