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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다 날카로운 악플 한 줄
  • 남해빈 기자
  • 승인 2019.11.11 08:00
  • 호수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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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월) 오후,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날 설리는 매니저에 의해 최초 발견됐고 현장에는 설리의 생전 심경이 담긴 쪽지도 함께 발견됐다. 지인들은 설리가 평소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은 그 원인을 심한 악플로 인한 불안 증세로 보고 있다. 한 생명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 악플. 이 악플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설리의 자살 이후 우리사회는 악플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악플의 폐해와 해결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설리 과거 악플러 고소 취하 사건

설리는 사망 전, JTBC2에서 방영했던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에 메인 mc로 출연 중이었다. 지난 6월 방영분에서 설리는 과거 악플러를 선처한 경험을 밝혔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설리가 스물을 맞이한 2013년, 14살 연상인 최자와의 열애설이 터진 후부터 높은 수위의 악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4년 3월, 인터넷상에 설리가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갔다는 루머가 게재됐고 이 글에 많은 악플이 달렸다.

이에 설리측은 악성루머 최초 유포차와 관련자를 사이버 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관할경찰서에 고소했다. 수사과정 중 최초 유포자를 찾았지만 설리는 고소를 취하했다. 이유는 유포자가 자신과 또래 여대생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처하지 않으면 전과자가 되는 상황이었기에 사과를 받고 선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설리는 다시는 악플러를 선처해주는 일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 후 악플러를 고소한 일은 없었다.

끊이지 않던 비난

설리는 이후에도 악플로 고통받았다. 그는 자신의 SNS에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채 생활하는 모습을 올렸고, 이는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다. 최근 <악플의 밤>에서 속옷은 자신에게 액세서리일 뿐이고, 착용하지 않은 게 더 편하다는 소신을 밝혔지만 당시에는 여론이 무척 좋지 못했다. 이후에도 설리의 행보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논란의 중심에 섰고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설리는 라이브 방송이나 인터뷰 영상에서도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를 표출하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끊이지 않던 설리에 대한 비난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쳤다.

단호해진 악플에 대한 시선

설리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대중들은 많은 충격에 휩싸였다. 설리는 사망 직전까지 악플을 소재로 다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방송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소신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힘들었으리라고는 감히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일부 대중들은 설리를 죽음으로 내몬 악플러에게 강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진리법(일명 설리법)’ 발의를 촉구, 온라인 서명에 나섰다. 최진리법은 악플에 대처하는 법안들로, 언론 내 인권 보장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해당 최진리법의 청원인은 “네이버, 다음 카카오같은 우리나라 대형 포털 내 인터넷 기사에서만큼은 댓글 실명제를 활용할 것, 기자들의 무책임한 기사 써 내리기(프라이버시 침해, 사실관계 불명 등)가 계속 되면 해당 기자에게 자격을 정지하는 벌을 줄 것”을 요구했다. 더 이상 설리와 같은 혐오, 차별 댓글에 따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이에 국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5일(금),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외 13명의 국회의원들은 누구라도 악성댓글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뒤이어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에 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댓글 아이디의 풀 네임을 공개하고, IP까지 공개해서 온라인 댓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용자 스스로 부정적인 댓글을 쓰는데 거부감을 가지게 한다는 취지다.

변화의 움직임은 포털 사이트에서도 보였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건 다음 카카오였다. 지난달 25일(금) 여민수,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계획’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이들은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하고, 올해 말까지 인물 관련 검색어도 폐지할 방안이다”라고 밝혔다. 또 “대중들의 공론장인 댓글 창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다른 대형 포털사이트들도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을 고안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시 등장한 악플의 대상

설리 사망 후 그 원인을 다른 곳에 돌려 비난하는 여론이 생겼다. 특히 전 연인이었던 최자에게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심한 수준의 악플이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SNS 상에 설리 추모 글을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리 지인들의 SNS가 악플로 도배되는 일도 있었다. 또 설리와 친분이 없는 연예인이 추모 글을 올리자 기회를 틈타 관심을 얻으려 한다는 식의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일부 대중들 간의 논쟁도 심했다. ‘설리를 죽음으로 내몬 악플의 책임이 남자에게 있냐, 여자에게 있냐’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몇몇의 여성 네티즌들은 “설리를 성희롱하는 댓글을 달고, 그가 페미니스트라며 비난했던 남자들이 원인이다”라고 주장했고, 반대로 남성 네티즌들은 “설리에게 질투를 느껴 비난 댓글을 단 여자들이 많으니 그 원인은 여자”라고 의견을 내세웠다. 사람들은 결국 설리에 대한 비난을 그만뒀을 뿐 그 대상을 옮긴 채 여전히 누군가를 상처주고 있는 것이다.

악플로 인해 고통 받은 연예인

악플로 인해 고통 받다가 자살을 택한 연예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故최진실이다. 그는 2008년 향년 40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진실은 이혼 후 자녀에 대한 악플들과 사채나 타인 자살에 관련됐다는 등의 온갖 루머 등에 휩싸여 고통받았고, 결국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실의 딸 최준희는 과거 한 방송에서 “인터넷을 통해 들으면 안 됐던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상처받은 지난날을 언급했다.

또 다른 악플 피해자에는 2007년 자살한 故유니(본명 허윤)가 있다. 그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매번 깍쟁이 악역을 맡아했다. 배역의 이미지 때문인지 그때부터 사람들은 유니에게 악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유니는 섹시한 콘셉트로 가수 활동을 했다. 하지만 그때도 사람들의 비난은 사라지지 않고 더 심해져만 갔다. 유니의 어머니가 방송에 출연해 딸이 악플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사에는 엄청난 양의 악플이 달렸다. 결국 유니는 컴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악플에 대한 여러 법안이 발의되는 지금, 인터넷 실명제나 댓글 창 폐쇄같은 방안들이 대중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미 악플은 표현의 자유로 포장될 수준을 넘어선 범죄행위기 때문에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그 방법에서 사람들의 의견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악플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가장 최선인 것일까? 이에 대해 이건혁 교수님과 얘기를 나눠봤다.

 

신문방송학과 이건혁 교수님과의 대화

Q. 이번 설리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교수: 연예인은 대중의 평가나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생각났으며 대중에 대해 감수해야하는 부분인지 과연 ‘악플이 대중의 평가의 한계를 뛰어 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 악플의 한 종류인 루머는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많다. 루머를 퍼뜨린 사람은 루머가 사실이라고 알았다는 가정 했을 때 이런 경우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는지?

교수: 논리를 가지고 발언 하거나 소문을 퍼뜨리는 걸로 고통 받진 않는다. 인격적인 모독으로 인해 기분이 나빠지거나 우울해지는 것이다. 합리적 의견을 갖는 지적은 허용범위 내에 있다. 그러나 모욕을 일삼거나 허위사실을 이용한 글들은 모두 법적 한도범위 밖에 있다.

Q. 설리가 대중들에게 질타 받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교수: 설리는 깨어있는 연예인의 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설리문제는 연예인과 대중의 관계가 아닌 다른 국면이 들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설리의 노브라 운동이 생각나는데 설리는 ‘여성이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것이 왜 예의 없는 짓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 한국 사회에선 굉장히 깨어있는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설리의 행동이 사회에 맞서는 행동으로 보였고, 특히 여성이슈를 가지고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 예를 들어 탈 코르셋처럼 여성의 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특히 남성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맥락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기자: 확실히 설리의 노브라 운동에 대해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연예인과 대중들의 관계보단 남녀 간의 갈등관계가 더 돋보이는 것 같다.

교수: 설리가 가장 여성이슈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한 연예인중 한명이고 그것으로 인해 남성들의 타깃이 된 것이다. 물론 연예인과 대중의 갈등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남녀갈등의 문제다. 남성들의 타깃이 된 이유는 20대 남성의 문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는데 최근 남학생들이 ‘우리는 군대도 가야하는데 여자들에겐 시간적 여유도 있으며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다 소외됨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불만세력인 20대 남성들에겐 설리의 행동이 불편하게 보였다고 생각한다. 

기자: 그럼 사회적 불만세력이었던 20대 남성들이 설리에게 분풀이를 했다는 것인가?

교수: 그렇다고 할 순 없다. 그저 현 사회적 구조를 통해 사태를 해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설리에게 악플을 쓴 대상이 여자냐, 남자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댓글을 분석해 정확히 남녀를 구분할 수 있지 않는 한, 상황을 설명하는데 하나도 도움되지 않는다.

Q. 설리 사건 이후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실명제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교수: 실명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익명 때문에 악플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조사하면 다 신상이 다 밝혀지기 때문이다. 실명제를 추진하자는 것은 진짜 이름을 걸고 댓글을 쓰게 하자. 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명이인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어 김철수라는 악플을 작성했다. 그런데 ‘김철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명일수도 있고 실명이라고 한들 다른 네티즌들이 악플을 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타격이 없다. 실명제를 시행하자보다는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악플에 대해 하실 말씀은?

교수: 첫 번째로는 연예인이 이러한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여겨야하고 두 번째로는 게시판 문화나 댓글 문화를 관장할 수 있는 포털이나 SNS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조치를 취하거나 반복돼서 계속 경고를 당하면 영구적인 제제가 있어야한다. 마지막으로는 네티즌의 네티켓이 필요하다. 문화의 대한 자성과 토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해빈 기자  nhb9805@changwon.ac.kr

모준 수습기자 mojun0791@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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