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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하지만은 않은 배리어프리
  • 신현솔 기자
  • 승인 2019.11.11 08:00
  • 호수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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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하나요?”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군가는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거나, 도와주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일이니 그냥 지나치거나, 가만히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행동하거나, 모른 척할 것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옳은 일인지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우리대학 캠퍼스 내에서도 적용된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장애 학생을 위해 우리대학은, 그리고 우리는‘배리어 프리’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배리어 프리란?>

배리어 프리란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축학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 이후 이와 같은 물리적 배리어 프리뿐 아니라 제도적, 법률적 장벽을 비롯해 각종 차별과 편견, 나아가 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해 사회가 가지는 마음의 벽까지 허물자는 운동의 의미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배리어 프리는 외국보다 활성화되진 않았다. 일본, 스웨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일찍부터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앴고, 휠체어를 타고도 집 안에서 불편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실내 문턱도 없애 다른 고령화 국가보다 노인들의 입원율 역시 크게 낮아졌다.

제도적으로도 외국과 크게 차이가 났다. 외국의 경우, 장애를 가지고도 의사, 모델, 판사, 교수 등 굉장히 다양한 직종군에 종사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당장의 상황만 살펴봐도 한국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혼자서 밖을 나오기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휠체어나 시각 장애 등으로 불편한 사람들은 물리적인 측면이 영향을 많이 미치지만, 다운증후군이나 자폐증 등의 장애가 있으면 사람들이 피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밖으로 잘나가지 못하는 것도 있다. 다시 말해, 장애인들에게 있어 한국 사회는 살기 쉬운 곳은 아니다.

<우리대학의 공간적 장벽>

그럼 우리대학은 어떨까? 장애인들에게 있어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일까?

우선 공간적인 측면을 살펴봤을 때, 잘 돼있는 곳도 많았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많았다. 휠체어를 탄 학생들을 위한 경사로의 경우, 경사가 너무 급하면 휠체어 이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학생생활관 역시 1, 2, 3동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4, 5, 6, 7동은 학생생활관에 도착하기까지 매우 많은 계단과 가파른 경사로 인해 집이 먼 장애학생들이 배정받을 수 있는 방이 있을지 의문이다.

김은하 특수교육과 교수는 “예전에 한 학생이 수업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 학생이 자신과 같이 수업을 듣는 장애학생이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지 않은 상황이어서 주변 학생들은 그 학생이 몸이 불편한 학생인지 인식을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이 우르르 엘리베이터에 타버렸고, 몸이 불편한 학생은 어쩔 줄 몰라 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로 우리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대학의 경우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학교에서 시스템적으로 제한을 둔다. 처음부터 엘리베이터를 대기하는 줄을 두 줄로 만들어 한 줄은 장애 학생 및 몸이 불편한 학생을 위한 줄, 한 줄은 일반 학생을 위한 줄로, 장애 학생을 먼저 탑승하게끔 하는 것이다.

장애인 화장실의 위치도 건물마다 전 층에 있는 경우도 있고, 2층에 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장애인 화장실은 한 건물당 1층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솔 시설과 담당자는 “법적 기준에 맞춰 장애인 화장실을 보수 및 설치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느끼기에 현재 장애인 화장실 개수가 충분하다고 느낄지 안 느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정된 자원과 예산 안에서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우 사소한 부분에서도 물리적 장벽이 있었다. 바로 문이다. 손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동그란 모양의 문고리가 있으면 문을 잘 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의 경우, 동그란 모양의 문고리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리대학의 제도적 장벽>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우리대학에 설치된 기관으로 학생과에서 겸직을 하며 운영 중이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장애학생도우미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선발된 장애학생도우미는 근로학생에 포함되며, 인권 센터를 통해 사전 교육을 받고 한 달에 최대 41시간 씩 봉사를 한다. 선발 조건을 애초에 같은 학과, 같은 학년으로 둬서 수업을 같이 듣거나 방과 후 함께 식당을 가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애학생들을 돕기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한 달에 최대 41시간에 맞춘다면 하루에 장애학생과 있는 시간은 1~2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창우 학생과 담당자는 “장애학생도우미에게 근로장학금이 지급되다 보니 시간적인 부분과 예산적인 부분을 함께 신경 쓸 수밖에 없다. 2020년 1학기부터는 예산상의 부분을 늘려서 장애학생에게 더욱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에 앞서 우리대학에서 교수들에게 장애학생에 대한 메뉴얼을 지급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메뉴얼이 없어졌고, 교수들 역시 장애학생에게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는 실정이다. 출석부를 보면 장애학생인 것이 표시되어있긴 하지만 어떤 장애를 가진 학생인지는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를 가진 학생이 수업을 들을 때 교수가 판서하며 등을 돌리고 말을 하는 경우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할뿐더러, 입 모양으로 교수의 말을 읽기까지 시간이 걸려 수업을 듣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시각 장애를 가진 학생의 경우 역시 다르지 않다.

<허물어지는 장벽들>

장애학생들을 위한 배리어 프리가 잘 실천되고 있는 일본의 스쿠바대학에서도 우리대학과 같은 장애학생도우미들이 있고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다. 하지만 이 학교의 경우, 겸직하며 맡는 것이 아니라 담당 교수의 관리하에 체계적으로 운영될 만큼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장애학생도우미도 같은 과, 같은 학년에서 선정하지 않고 시각, 청각, 정서, 건강 등 각 영역에 나눠서 선정한다. 가장 놀라운 차별점은, 어느 수업 시간에 누가 들어가서 어떻게 도와주는지에 관한 이 모든 자치 활동들을 장애학생도우미들이 모두 스스로 정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자신이 듣는 수업에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업을 들으며 장애학생을 돕기엔 학업에 열중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교육권마저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각 장애학생의 경우에는 수업 사전에 교수의 말을 문자로 받고 싶은지, 수화로 받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게 돼있다. 한국에서 배리어 프리를 잘 실천한다는 대학에서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의 장벽은 여전히>

아무리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문다해도 사람들의 마음의 장벽은 여전히 제자리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 개선 수업을 들어왔고 최근에도 간간히 수업을 통해 혹은 매체를 통해 접하고 있다. 한국이 시스템적으로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제도가 마련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혹은 사회에 나가서 장애인을 만났을 때 대부분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실정이다. 분명 장애인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긴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외국에서는 장애학생들도 똑같이 성장할 수 있게끔 교육을 시켜주고, 다양성을 지켜주며,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는 말로만 하는, 혹은 영상 하나만 틀어 놓고 바뀌길 바라는 인식 개선이 아니라 실제로 같이 만나고, 같이 생활하는 것들을 통해서 보다 자연스러운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우리가 풀어야하는 숙제>

취재를 하며 기자는 몰랐던 부분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됐다. 사실 몰랐던 부분이라기보다는 알고도 지나쳤던 부분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술을 먹으며 외치는 구호 속에서도 장애인 비하 발언이 섞여 있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길 속에서도 장애인들은 한 발 내딛기 어려운 가시밭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큰 관심을 주지 않기 마련이다. 나의 친구가 혹은 나의 가족이 장애인일 때, 혹은 나 자신이 장애인일 때 ‘배리어 프리’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취재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배리어 프리’를 아시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앱 이름인가요?” 혹은 “배리..뭐요?” 등의 대답만 들었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얼마나 더 먹먹할지 가늠조차 못 하지만, 이 기사를 통해 한 번이라도 많은 사람이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현솔 기자 sol161@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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