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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끝나지않은 진실
  • 배철현 기자
  • 승인 2019.10.07 08:00
  • 호수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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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끝나지 않은 진실

지난달 18일(금)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약 30여 년 만에 밝혀지면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의 영화 <살인의 추억>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03년에 개봉된 <살인의 추억>은 당시 5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국내 흥행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영화였다. 영화 하이라이트는 전봇대 뒤에 숨어있던 남자가 갑자기 달려들어 여성을 납치하면서 시작된다. 남자는 납치한 여성을 강간하고 무참히 살해한다. 피해 여성은 간곡하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경찰은 애꿎은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여전히 사건은 오리무중이고 진짜 범인은 음흉하게 다음 범죄를 기획한다. 경찰은 진짜 범인을 뒤로한 채 “동네 바보 형” 한 명을 잡아다가 두들겨 패서 거짓 증언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그들은 사건이 불거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 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은 이 시대의 시대상과 경찰의 공권력의 무능함 등을 비판하고자 했다. 하지만 끝내 범인은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찾지못했고 그 결과 30년 이란 세월이 흐르게 됐다. 송강호의“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명대사를 만들어낸 살인의 추억, 이 영화의 직접적인 모티브가 된“화성 연쇄살인사건”, 하지만 공소시효에 대한 분분한 의견들, 그 끝나지 않은 진실에 대해 알아보자.

살인의 추억의 시대적 배경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 됐던 5공 말기, 경찰은 시골마을을 지켜줄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그들은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 정권을 위협하는 이들을 고문해야 했고(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성 고문도 해야 했고(권인숙 성 고문 사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철거민(상계동 철거민 탄압)들을 쫓아내야 했다. 이 시대의 경찰들은 결코 한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용의자는 누구인가?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공소시효가 한참 지난 30년 후에나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현재 강간 살인죄 무기수로 복역 중인 56세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춘재는 마지막 사건인 청주 처제 살인사건 이후 3년 후인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부인이 가출한 뒤 자신의 집에 온 20대 처제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폭행한 뒤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까지 유기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이춘재의 DNA는 화성 연쇄살인사건 10건 중 2건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DNA가 피해자의 겉옷이 아닌 속옷에서 검출됐다는 점, 화성 사건의 범죄 수법이 대체로 비슷한 점 등을 토대로 이춘재를 화성 사건의 용의자를 넘어 진범까지도 보고 있다. 하지만 이춘재의 공소시효는 지난 2006년 4월 2일(일)에 만료가 됐다. 현재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논란이 뜨겁다.

공소시효에 대한 분분한 의견

30여 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된 가운데,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논란이 뜨겁다. 최대의 미제 사건으로 불렸던 범죄의 유력 용의자가 지목됐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불가능한 역설적인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치권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통과까지는 상당한 논의가 예상된다. 안규백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극악무도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선 특별법을 적용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이 국가 존재 이유”라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특별법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별법 제정 찬성 쪽에선 DNA 검사 등 수사기법 발달로 상당 시간이 지난 사건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이춘재가 특정될 수 있었던 배경도 DNA 감정을 통해서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공소시효가 탄생한 배경은 현실적으로 수사가 한계가 있는 탓”이라며 “이미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특정한 만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처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에선 수사권 남용 문제뿐 아니라 어디까지 공소시효 폐지를 어떤 시점 이후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범죄에 대한 수사 인력 부족 등 현실적 문제도 많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려야 하지만 특정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면 다른 사건들과 형평성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할 사건을 선별해야 해 형평성 논란도 있다. 또한 모든 살인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해 버리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수사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제사건에게도 영향

특별법 발의를 계기로 과거 미제 사건으로 종결됐던 범죄들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논의도 불붙을 전망이다. 1991년 1월 서울 압구정동 한 놀이터에서 실종돼 약 두 달 만에 살해된 채로 발견된 이형호(당시 9세) 군 사건도 대표적이다. 2007년 설경구, 김남주 주연의 ‘그놈 목소리’로도 영화화된 이 사건은 2006년 1월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또한 1991년 3월 대구에 살던 우철원(13) 군 등 초등학교 학생 5명이 인근 와룡산으로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성서 초등학생 실종 사건’(일명 '개구리 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도 2006년 3월 25일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외에도 지명수배 중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례가 2014년부터 지난 8월까지 8282건이 있다.

배철현 기자 choelhyeon@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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