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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의 Talk Talk] 그리운 명절
  • 정현진 편집국장
  • 승인 2019.09.23 08:00
  • 호수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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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 하면 자주 보지 못했던 가족들끼리 모여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수다를 떠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명절의 본색적인 의미가 퇴화하기 시작했고 대가족이 아닌 소가족의 형태로 연휴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튀김을 하고 전을 구우면 피어나는 기름 내, 그걸 맡고 얻어먹으려 하나둘 씩 모여드는 사촌들. 나물을 무치는 할머니의 손, 제기를 정리하는 삼촌의 모습. 나에겐 1년 동안 명절을 기다리게 하는, 소소하지만 정겨운 풍경들이었다.

‘연휴 기간 동안 공항 이용자 급증’, ‘연휴 패키지 및 할인 상품 대거 판매’. 몇 년 전 부터인가 연휴동안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집을 찾는 대신에 평소 가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이 늘어났다. 다른 날에 찾아뵈어도 되겠지 하는 마음과 굳이 명절에 가야하나 싶은 생각들이 차곡히 쌓여 나타난 결과다.

물론 잘못된 사회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명절 그 특유의 반가움과 정겨움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것이다. 이번 추석연휴에는 만취한 40대 아들이 자신의 노모집에 불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평소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웃기에도 바쁜 시간에 다시는 서로 마주보고 웃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버렸다.

사실 집안마다 사정은 참 다르다. 사이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가족에 비해 더 자주 만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명절이 존재하는 이유. 1년에 2번만이라도 가족들과 다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우리집은 작년부터 명절제사를 없앴다.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껴 가족들끼리 외식을 하거나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평소와 똑같이 할머니, 할아버지집에 모여 수다를 떨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그 분위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편한 그 느낌이 주는 행복이 명절이 주는 최대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명절 연휴 3일, 그 행복을 다른 사람들도 마음껏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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