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독자마당
[독자투고] 라스 폰 트리에로 본 욕망 - 내 모든 구멍을 채워줘
  • 조진주/인문대·철 17
  • 승인 2019.09.23 08:00
  • 호수 648
  • 댓글 0

덴마크 출생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의 필모그래피는 ‘불행포르노’라 불러도 될 정도의 충격적이고 암울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의 영화 ‘님포매니악(nymphomaniac, 여자 색정증 환자)’으로 본 성적 욕망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우리의 욕망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알다시피 우리의 성적 욕구는 자연스런 본능이다. 그러나 그 자연적 본능이 윤리와 결부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 트리에는 이 문제 지점을 가학적으로 통찰하고 있다. 5시간이 넘는 이 영화는 주인공인 색정증 환자-조의 회상과 무성욕자-샐리그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조는 유년기 때 자신의 성기를 ‘발견’함과 동시에 성에 대한 본능에 눈 뜨기 시작한다. 다소 처참한 첫경험 이후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광적으로 섹스에 몰두한다. 자신의 친구b와 기차에서 초콜릿을 상품으로 건 섹스 내기를 펼치는가 하면, 섹스 모임을 만드는 등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랑을 거부하고 섹스에 중독되었다는 조의 이야기는 후반에 이르러 결국 사랑하는 상대를 찾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성적 자극에 무감각(불감증) 해진다. 비극의 시작이다. 가정과 아이까지 버려두고 조는 점점 더 자극적인 걸 찾아 나선다. 오르가즘을 되찾으려는 그녀의 노력은 그나마 보편적인 성경험을 넘어, 사회적으로 금지된 성적 취향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수위 높은 이 영화가 마냥 야하게 보이기는커녕 역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영화의 회상 내내 조는 수치심에 젖어 자조적인 어투로 말하고 있다. 이러한 조의 수치심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은 분명 ‘자연적’인 것은 아니다. 만약 이 인물이 남성이었다면? 여성이었을 때보다 다소 충격이 떨어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사회의 여성의 숱한 섹스에 대해 ‘죄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것은 여전히 현 사회의 ‘일반적인 상황’이다 영화 안에서 트리에는 이미 그것을 샐리그먼의 입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들은 사회로부터 죄인의 날인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조가 얘기하듯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성에 관해 위선적이다. 솔직하게 성을 즐긴다는 일부 역시 사회적 시선을 견디면서까지 위선적 가면을 벗기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추잡한 욕망과 성기를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조의 외침은 분명 윤리 이전에 성에 대한 솔직한 외침이다. 그러다 회상 내내 그 높은 수위보다도 짙게 묻어 있는 조의 외로움과 결핍이 더 화면을 짓눌렀던 만큼, 이 외침을 쉽게 긍정하거나 부정하긴 힘들다.

조의 회상이 막을 내리는 순간, 찾아오는 비극(반전)은 마지막까지 우릴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fill all my holes, please.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진주/인문대·철 17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