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문화탐방
[문화탐방] 빛으로 빚은 풍경, <빛의 화가들展>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9.09.09 08:00
  • 호수 647
  • 댓글 0

여름은 매우 무덥지만, 자세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특유의 빛깔이 세상을 아름답게 비춰주곤 한다. 내리쬐는 햇살을 머금은 잎사귀들, 반짝이는 파도처럼 말이다. 이렇듯 여름은 분명, 그만의 빛과 풍경을 지닌다. 실제로 같은 장소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빛에 따라 시시각각 그 이미지가 변하곤 한다. 이를 표현하며, 기존 미술계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이끈 것이 바로 인상주의다. 그리고 마침, 가까운 부산에서 인상주의의 거장들을 다룬 미디어 아트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흔히 매체예술이라고도 불리는 미디어 아트는, 원본을 대상으로 하던 형태의 전시와 달리 대중매체를 예술에 도입했다는 데서 큰 차이를 지닌다. 솔직히 기자는 “자고로 그림은 그 원본을 봤을 때 진가를 알 수 있는 거다”라고 생각해왔다. 이런 이유로 지난 제주도 여행 때 숙소 근처에서 열리던 <클림트 - 빛의 벙커> 관람도 마다했다. 똑같이 거절하기엔 기자는 너무나도 인상주의를 좋아했다. 인상주의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다니고, 아트 페어에 가서는 가장 좋아하는 모네의 도록을 거금을 주고 샀다. 한마디로, 미디어아트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애써 좋은 전시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마음을 굳히고, 전시 일정을 확인하자마자 취향이 잘 맞는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얘기했다.

여차저차, 뜨겁다 못해 따가운 여름. 기자는 부산에 전시를 보러 떠났다.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기자가 좋아하는 미학에서 ‘원본의 아우라’라는 아주 중요하고도,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그리고 이 문제는, 기자가 여태 미디어 아트전을 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들어가니 모네, 고흐, 고갱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인상주의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다만, 우리가 아는 그림이 아닌 빔프로젝터를 통한 영상의 형태로 말이다. 전시를 꼼꼼히 둘러보며 기자가 내린 답은, 우선 앞서 말한 ‘원본의 아우라’를 얼마나 보여주는지를 떠나서 미디어아트는 재창조의 영역이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 둘이 비교대상이 될 수 없지 않을까하는 고민도 했다. 전시장의 공간적인 요소를 고려한 기획,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정적인 전시를 떠나 직접 작품 속에 들어가고 체험하는 동적인 전시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빛의 화가들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인상주의의 작품들은 빛과 함께 할 때 그 진가를 발휘했다. 물론, 이 전시를 통해 ‘언젠간 실제 그림을 꼭 보러 가야지’라는 다짐을 더욱 단단히 했지만. 다가오는 가을, 색다른 미디어아트 전시는 어떨까?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은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