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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침묵의 미덕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9.06.10 08:00
  • 호수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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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생활을 하며 타인과 소통하는 우리들에게 ‘말’은 그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덕분에 우리는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말하고,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말 때문에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한 번 뱉은 말은 담을 수 없다.” 등 예로부터 ‘입조심’의 중요성은 몇 번 강조해도 부족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위의 격언들은 시간을 훨씬 뛰어넘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마따나, 기술이 고도화되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정보들이 넘실거린다. 그 중에는 우리의 입을 근질거리게 하는 달콤한 유혹들이 섞여있다. 누군가의 비밀, 내가 어디선가 들은 얘기들, 나의 추측 같은 것들 말이다. 특히 이런 유혹들은 ‘말하지 말라’는 금기로 다가올 때, 더욱 강해진다. 기자는 여기서 판도라의 상자를 떠올렸다. 열지 말라는 금기가 깨지고,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자 세상에는 불행과 미움 등이 생겨났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유혹을 이기지 못 하고 말해버렸을 때, 과연 우리의 말이 비극을 불러일으키진 않을까?

우리는 여태 악성 댓글이라든가 허위사실유포라든가, 말이 칼이 되는 사례를 종종 겪어 왔다. 다만 우리가 아는 게 이 정도일 뿐, 더 많은 말들이 누군가를 찔렀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도 않은 일을 진짜 일어난 일 마냥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하고 재생산한다. 이렇듯 말은 너무나도 가볍고 날카로워서 사방 곳곳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말들, 사실 확인이 선행돼야 하는 말들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을 말들.

우리는 알면서도, 지금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코 뱉고야 만다. 당연히 정의를 외치며 부당함에 맞서는 옳은 소리를 내야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꼭 말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지금 말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그럴 때 일수록 침묵의 미덕을 지켜야하지 않을까? 나의 말로 누군가 상처 입지 않도록, 나의 말이 누군가를 겨누는 총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조금 더 신중하게, 심사숙고하며 침묵을 거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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